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욕심이란 '절대반지' 버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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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미애
국자인 대표

교육청 수능모의고사 성적이 지난 주말 나왔다. 고3 희철이 엄마는 실망이 큰 것 같았다. 방학 동안 학원도 열심히 보내 성적에 대한 기대가 꽤 있었나 보다. 그런데 결과가 영 좋지 않았다. 그는 “그래, 뭐 내 욕심을 내려놓아야지. 내려놓으면 맘이 편한 건데”라고 했다.

 희철이 엄마뿐이 아니다. 시험 결과가 나오면 “욕심을 내려놨다”고 말하는 분이 주변에 많다. 이처럼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욕심을 들었다 놨다 한다. 성적표를 보고 포기했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놓은 욕심을 다시 들어올린다. 중간고사가 되면 다시 도끼눈을 뜨고서 시험공부를 하네 마네, 왜 너는 잠만 자느냐, 시험 범위는 어디까지냐 참견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 아이 방에 들어가 잠들지 않게 해준다며 퀼트를 하며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를 하기도 한다. 결국 중간고사가 다 끝나고 나서 성적을 받아오면 또다시 아이와 맞짱 한판 뜬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니? 평소에 공부 좀 하라니까, 시험기간 동안만 당일치기 초치기 한다고 통하니? 하긴 뭐 시험기간 동안도 잠만 자고….” 인신공격과 과거사 비난이 이어진다. 그러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이제 완전히 내려놓았어. 어쩌겠니. 내려놓아야 내 맘이 편하지.”

 부모는 자식에게 약한 존재다. “욕심을 버렸다”고 말하는 분들도 사실 버렸다고 말은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뒷베란다 자신만 아는 항아리 안에 숨겨두고 산다. 언제든 그놈이 나를 부르면 당장 달려가 그놈의 노예가 된다. 설령 아이가 대학에 가도 욕심은 그치지 않는다. 대학 교수에게 전화해 학점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는 게 요즘은 학생이 아니라 부모라고 한다.

 자녀에 대한 욕심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와 똑같다. 절대반지가 파괴돼야 세상이 밝고 환해지는 것처럼 욕심이라는 녀석이 함께하지 않는 삶은 행복하다.

 욕심은 내려놓는 게 아니다. 다시 되찾아올 수 없도록 곧장 쓰레기통에 던져 내일이면 트럭에 태워 쓰레기 매립장에 가 있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 절대반지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부모 자신이 삶을 하루하루 충실하게 채우는 게 우선이다. 부모가 스스로 자신을 위해 배우고 익히고 취미도 가지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주인이 돼야 절대반지를 버릴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 아이의 성적은 아이의 것이다. 부모의 것이 아니다.

이미애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