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티멘틀·저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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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사람의 마음속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중국의 어느 유명한 문단가는 중국인의 정신구조를 「R4·Dl·H3·S3」으로 표시한 일이 있었다. 현실주의(R)·꿈(D)·「유머」(H)·감수성(S) 가운데 현실주의가 가장 풍부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런 현실주의자들이 미국의 「닉슨」전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한 것은 더욱 그 내심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공산주의식 용어를 빌면 『숙청 당한 권력자』가 바로 「니슨」이다. 그러나 중공은 그「닉슨」부처를 맞이하기 위해 「보잉」707 여객기를 「로스앤젤레스」에까지 보내는 등 유난스러운「제스처」를 쓰고 있다.
「닉슨」자신은 『지극히 사사로운 여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포드」현대통령의 대변인도 목소리를 높여 『사사로운 한 시민의 사사로운 방문』 이라고 「사」자를 앞뒤에 연거푸 붙이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다.
비록 「닉슨」 이 『역사적인 중공방문』 의 길을 연지 꼭 4년째가 되는 「기념방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운은 깊고 넓다. 하필 미국의 선거기와 꼭 맞아떨어지는 시기를 택한 것은 미국 안에서 분분한 구설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전통적으로 미국대통령선거의 첫 「라운드」를 알려주는 「뉴햄프셔」의 예비선거를 불과 48시간 앞둔 시점이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야말로 『현실적으로』느낄 수 있는 한가지 분명한 인상은 「포드」대통령에겐 기분 나쁜 「원·펀치」가 되리라는 사실이다. 그는 「닉슨」이 애써 추구해온 중공과의 화해외교에 찬물을 끼얹어 왔었다. 소련과 중공과의 삼각관계에서「포드」는 소련 쪽에 더 기우는 외교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시사 평론가들은 그런 중공의 구매엔 떫기 만한 평가들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한 권위 「칼럼니스트」는 중공의 「무식」을 힐난하고 있다. 중공은 얼마 전에 서독야당(기사당)당수인 「슈트라우스」와 영국야당(보수당)전당수인「E·히드」를 초청한바 있었다. 이것은 소련과 가까운 관계를 가지려고 하는 영국과 서독의 집권당에 은근히 뒤통수를 치는 격이었다.
바로 그런 정치적 계산 속에서「닉슨」을 초청한 것은 중공의 무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조셉·크래프트」같은 「칼럼니스트」는 빈정거리고 있다.「슈트라우」나「히드」와는 격이 다른「닉슨」은 『불명예스러운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공이「닉슨」과 맺은 이른바 「상해성명」에 향수를 갖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그 「제스처」는 어딘지 「유머」가 있어 보인다. 미국보다는 소련을 더 미워하는 마음씨는 도무지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닉슨」에게는 「센티멘틀·저니」겠지만 재미있는 일면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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