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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스캔들」을 계기로 본 그 내막|회오리바람 몰고 온 미 무기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가령「아랍」「이스라엘」전쟁이 재발하여 「오일달러」로 살찐「아랍」국가들이 대부분 참전하는 사태가 일어난다고 하면 「이스라엘」은 「나이키·허큘리즈·미사일」을 갖고「사우디아라비아」와「이집트」의 전투기를 떨어뜨리고「요르단」은「호크·미사일」로 「이스라엘」의「펜텀」기를 공격하게 된다. 「퍼싱」·「팬텀」·「호크」는 모두가 미국제라는 표시를 달고 있다. 「그리스」와 「터키」가 「키프로스」문제로 전쟁을 해도 결국미제무기끼리 맞붙는다.
한국전·월남전·인도 「파키스탄」전, 그리고 「앙골라」말고는 이제 미제무기와 소련제무기가 마주치는 전쟁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미국이 제2차대전 이 후 지금까지 1백36개국에 수출한 무기는 1천억「달러」나 되니까 미국무기 없는 전쟁을 감상하기는 어렵게 됐다.
지금 한창 말썽을 빚고 있는「록히드」「보잉」·「노드럽」같은 큰 항공기제작회사들도 결국은 점잖은 표현으로는 군수산업, 좀더 노골적인 표현으로는 「죽음의 상인」의 일부에 지나지 않다. 그들은 미국무기를 사는 나라들의 관리가 부패했기 때문에 무기를 팔기 위해서는 뇌물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만「죽음의 상인」의 세계에는 이윤이 지상목표다. 그들은 무기와 다른 상품과 함께 「부패」라는 무형의 상품까지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록히드」와 「보잉」사는 이 나라 군수품제작에서 첫째와 둘째 자리를 차지한다.
미국의 무기수출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세계 최대다. 소련·「프랑스」·영국·「이탈리아」·「캐나다」·「스웨덴」등이 뒤쫓고 있지만 두 번째인 소련의 무기판매고는 미국의 절반밖에 안된다. 미국의 무기판매총량은 나머지 나라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그래서 미국을 『세계의「크루프」』라고 부른다. 「크루프」는 「히틀러」의 전쟁 뒷바라지를 한 독일의 대표적인 군수기업이었다.
군수품제조업체가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아「록히드」나 「보잉」·「그루만」이나 「노드럽」사가 이번 「스캔들」때문에 쓰러질 것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가령 자유세계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군용기는 5천대다. 그 중 2천대는 이제는 구식이라 교체할 때가 됐다. 그래서「벨기에」「노르웨이」「폴란드」는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사의 F-16으로 낡은 군용기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만약 2천대전부를「다이내믹스」의 군용기로 바꾼다면 거기서 미국정부는 항공기의 연구개발비 4억7천만 「달러」를 회수하게되고 2천대의「제트」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취업인구 90만명과 세금징수 60억「달러」, 무역수지는 90억「달러」의 득을 보게된다.
중동위기·「앙골라」사태는 무기에 대한 수요를 계속 늘릴 전망이다. 지난해 의회가 「터키」에 대한 무기의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을 때 백악관이「히스테리」를 부린 것도 북대서양조역기구(NATO)의 장래가 문제되기도 하지만 「터키」가 무기대금으로 선불한 1억8천4백만「달러」가 날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무기판매는 미국국가이익을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험프리」상원의원은『「아이티」와「우루과이」같은 나라에 무기를 주는 것과 우리의 안보카 무슨 관계가 있는가』고 일갈했다. 국무성 정치·군사국의 「토머스·스턴」부국장은 솔직이『죽음의 상인이란 인상을 씻기가 힘들다』고 시인했다.
정부가 설사 군수산업의「로비이스트」들을 규제하고 싶다고 해도 어렵다. 「워싱턴」에는 무기를 만드는 2백21개회사의 「로비이스트」들이 몰려 있다.
무기회사들은 밖으로는 「프랑스」를 위시한 외국회사들과 경쟁하고 안으로는 자기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로비이스트」와 국회의원들을 최대로 활용한다.
「포드」는 대통령으로서의 첫1년 동안에 군수회사의 대표를 24명이나 만났고 지난해 「팔레비」「이란」국왕의 방문 때는 백악관만찬에 주요군수품 제작회사대표들을 초청했다.
「록히드」가 일본·서독·「이탈리아」및 화란의 유력자들에게 막대한 액수의 뇌물을 제공한 것도 「죽음의 상인」끼리의 경쟁의 산물이다.
「쿠웨이트」가 최근 소련으로부터 지대지「미사일」을 포함한 무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죽음의 상인」의 입장에서나「페르샤」만 연안의 세력균형을 위해서나 미국에는 타격이다. 그러나 미국은 61년 이 후 최초로「유고」에 2기의 「미사일」을 포함한 고성능 무기를 팔기로 하여 실점을 만회했다.
74년6월30일 현재 미국무기의 최대의 고객은「이란」이고 다음이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그리스」서독 「스페인」「캐나다」의 순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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