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계에 취미지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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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낚시·등산·「골프」등 수년래 활발해진 「레저·붐」을 타고 잡지계에서도 이런 부문의취미지물이 늘고 있다. 『월간 음악』『낚시 춘추』『바둑』 등이 5 ∼6년간 꾸준히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가 하면 지난 한햇동안 『일심서예』 『모던·테니스』『영상』 등 10여종의 새로운 취미지가 창간 됐다.
한국 잡지 협회 (회장 최원식·한국 구교 출판사 사장)의 집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 나라에서 출간되고 있는 정기 간행물은 2백55개 사의 2백72종. 이중에는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한 일반 잡지를 내는 정회원 1백57개 사와 사보 등 특수한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 회원 98개 사가 포함된다. 그러나 현재 잡지 협회가 회원들의 임의 신고를 받고 있기 때문에 출판되고 있는 모든 잡지를 포함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여하튼 2백70여종의 정기 간행물 중 취미지가 30여종. 종류를 살펴보면 『영화 잡지』『골프 춘추』『모던·테니스』『분재수석』『산』『바둑』『서예』『월간 FM』『수필 문학』『스포츠 한국』『원예』『팝·월드』 등.
이밖에도 우표 수집을 다루는 『체성』, 화폐 수집에 관한 『화폐』, 노인들의 공통된 화제를 담은 『푸른 인생』 등 특수한 것들도 눈에 뛴다.
그러나 이들 취미지의 문젯점들은 하나 같이 고정 독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지난 한햇 동안 35개 잡지가 창간됐으며 그중 『기도』『영상』 등 10여개를 취미지가 차지하고 있는 반면, 폐간된 23개지 가운데에도 『불교 사상』『배구계』 『스포츠 생활』『멋』『현대농예』 등 여러 취미지가 섞여 있는 사실이 그 어려움을 반영한다. 특히 『현대 농예』는 75년에 창간되었다가 한해를 넘기지 못하고 폐간됐는데 이런 잡지들은 이의에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미지의 발행 붓수들은 대개가 1만부 미만. 『월간 중앙』 『세대』 『신동아』 등 종합잡지에 비하면 절반 이하의 숫자다. 분재와 수석 그리고 오염된 문명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데 뜻을 둔다는 격월간 『분재 수석』은 창간 만 3년을 맞는데 7천부를 찍는다고 한다.
바둑 잡지로는 한국 기원에서 내는 『바둑』과 지난해 새로 독립해 나온 대한 기원에서 내는 『기도』가 팽팽히 맞서 있는데 『바둑』은 비교적 전문적인 내용으로, 『기도』는 초보적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작곡가 김수현씨가 발행·편집을 맡고 있는『월간 음악』은 6년째 자리를 굳히고 발간 1주년부터는 월간 음악상을 제정하는 등 음악 전문가와 애호가를 위한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발행 붓수는 약 6천부. 이중 2백∼3백부는 외국에 있는 한국 음악 학도들에게로 나간다는 발행인 김수현씨의 말이다.
한편 지난해 연말을 기해서 『한국 미술』과 『한국 연극』이 출간돼서 전문인·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은다. 한국 미술 협회와 연극 협회에서 각각 출간된 이 책들은 우선 전문지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전문지·취미지가 제대로 발간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선 일반 애호가들의 지도 역할도 함께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미술』은 특히 일반에게서 난해한 것으로 거리감을 주어온 현대 미술의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고 『푸른 인생』 (발행인 하일우)은 노인들을 위한 동인지 성격의 취미 잡지로 노인의 건강·복지 문제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제호가 암시하듯이 노인들의 만년 청춘을 구가하는 것을 「모토」로한 잡지인데, 실상 편집을 보면 「아이디어」나 편집 기술의 면에선 허술한 인상도 없지 않다.
기획에 따라서는 취미지의 새로운 분야로 각광을 받음직도 하지만 기획 불비가 눈에 두드러진다. 필자의 개발과 건강 관리 등에 더 많은 성의를 기울여야 할 듯. 그 목차를 일별 하면 『인생이란?』 『불로 장수 비결』등이 눈에 띌 만큼 아직은 수준에 있어서 본격 취미지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취미지의 발전은 무엇보다도 올바른 취미 생활을 전제로 하는 것. 잡지 협회의 김대석씨는 『아직은 한국의 잡지들이 종합지에서 크게 전문화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요즘 같이 취미가 일종의 유행이 되는 상태를 벗어나야 제대로 취미 생활·취미지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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