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컴퓨터, 고개 내민 자세로 오래 쓰면 목 디스크 위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심재준 교수가 목 디스크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치료법과 ‘척추제 관통 목 디스크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진수학]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20~30대에서 목 디스크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2011년까지 목 디스크(경추 추간판탈출증) 환자가 연평균 8.1% 증가했다. 증가 폭이 가장 큰 연령대는 20대로 남녀 각각 7.7%, 7.6% 늘었다. 심재준 순천향대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를 만나 목 디스크 증상과 원인, 최근 도입한 ‘척추제 관통 목 디스크 수술’ 치료법을 들었다.

# 오명희(27·여)씨는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봐야 하는 직장인이다. 오씨는 2개월 전부터 왼쪽 어깨 뒷부분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누웠다 앉거나 고개를 숙이려 할 때는 어깨 앞쪽 쇄골 부위까지 통증이 왔다. 참다 못해 병원에 가서 MRI 검사를 했더니 6, 7번 경추 디스크(왼쪽)가 탈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 정진호(59)씨는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갑자기 왼쪽 어깨 뒷부분에 숨 막힐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누워 있으면 증상이 덜하고 왼손 엄지 부위가 심하게 저렸다. MRI 검사에서 5, 6번 경추 디스크(왼쪽)가 탈출된 것이 확인됐다. 진료 결과 정씨는 오씨처럼 왼팔이 오른팔에 비해 팔꿈치를 굽히는 힘과 손목을 펴는 힘이 약해져 있었다.

추간판 노화 대부분 50대에서 발생

흔히 목 디스크라 불리는 ‘경추 추간판탈출증’은 추간판에서 터진 디스크 조각이 신경을 눌러 감각과 운동능력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환자 대부분이 50대 이상 중년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 3배 많다. 뒷목 통증과 팔 저림이 발생하면 목 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뒷목 근육이 뭉쳐서 발생하는 ‘근막통증 증후군’이다. 등을 구부리고 고개를 앞으로 내민 자세로 오랜 시간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TV 시청 때 많이 발생한다. 높은 베개를 베고 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고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자세 교정과 꾸준한 운동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목 디스크의 초기 증상은 목 부위 통증과 근육 강직이다. 어깨나 등 부위로 통증이 전해질 수 있다. 손 저림과 마비(근력 약화)는 질환이 진행되면서 변성되는 신경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다. 목을 위에서 아래로 누르면 척추 간격이 좁아져 증상이 악화되고 목을 위로 당기면 증상이 완화된다. 목을 위로 당겼을 때 통증이 나타나면 인대 손상일 가능성이 있다. 신경근이 옆으로 눌렸을 경우 어깨 통증이 오거나 손가락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환자의 대부분은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나아진다. 그러나 증상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MRI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보존적 치료는 침상 안정화, 목견인기 사용, 근육이완제·진통소염제 투여, 온찜질, 신경차단술 등이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치료는 목 앞으로 하는 방법과 목 뒤로 하는 방법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두 방법 모두 불완전하다. 근육 손상 위험과 척수 앞부분 접근이 불가능하고 추간판 조직을 제거하며 병소까지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추간판 보존이 어려워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병소만 제거하는 ‘척추제 관통 목 디스크 수술’

근육과 추간판의 손상을 피해 병소만 제거하고 병소로 접근한 통로를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하는 수술법이 최근 개발돼 수술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바로 ‘척추체 관통 목 디스크 수술’이다. 이 수술은 우선 목의 앞쪽에서 접근해 근육 손상을 피한다. 그 다음 병소와 인접한 뼈에 조그마한 구멍을 내 병소까지 관통시키고 그 구멍을 통해 문제의 병소만 제거하고 나오므로 피부를 봉합하면 수술은 끝난다. 뼈의 구멍은 수술 후 3~6개월 지나면 저절로 메워지기 때문에 따로 막지 않아도 된다. 흉터 걱정도 필요 없다. 목 앞에서 시행하기 때문에 상처가 남긴 하지만 목 주름을 따라 절개하고 발달된 성형술기로 잘 봉합하기 때문에 수술 직후에도 흔적이 심하게 남지 않는다. 수술 후엔 추가적 손상 없이 발병 이전 상태로 기능이 복원된다.

일상생활에서부터 목 디스크 예방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있다 해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목이 꺾일 정도로 너무 높은 베개를 사용하거나 장시간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삼가야 한다.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작업해야만 한다면 1시간에 한 번 정도는 목과 어깨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바른 자세만 유지해도 목 디스크 예방은 물론 관절 퇴행도 늦출 수 있다.

강태우 기자

◆심재준 교수: 순천향대 천안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다. 미국 텍사스 베일러의과대에서 교환교수로 근무하며 다양한 선진 척추질환 수술 기법을 연구했다. 대한노인신경외과학회 운영위원, 대한 말초신경외과학회 상임이사,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