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석유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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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석상에서 석유가 나왔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므로 그것이 확인될 때까지는 모두 참고 기다려 보자고 국민의 과열을 경고한바 있다.
만일 매장량이 적어도 우리의 원유수입량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우리나라의 국제수지애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가성장 잠재력이 4%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므로 국민 모두가 큰 기대감을 갖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증권시장이 석유발견의 공표와 더불어 흥분하고, 주가나 거래량이 다같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오르고 커지는 것은 어느 면에선 불가피한 일이다.
원래 증권시장의 생리는 선견성과 성장기대감을 가장 잘 표출하는 곳이며, 또 투기성을 배제하고서는 존재키 힘드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사실에 접하여 투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증권시장의 생리적 현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지나친 투기가 일어나서 선의의 투자자에게 골탕을 먹이고, 그 때문에 시장발전에 장기적으로 타격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증권시장의 본래적 속성을 억압함으로써 시장에서 활기를 빼버리는 것도 삼가야 할 일이다. 적절한 투기현상은 증시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반면, 지나친 투기는 증권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책당국의 시장규제는 증시에 활력을 주되 자본시장으로서의 장기적 사명에 어긋나지 않는 궤도에서 현명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증권회사나 주식투자가들도 증시의 생리와 기능, 그리고 그 사회경제적인 역할 등을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증시가 단순한 투기장으로 타락하는 일이 없도록 자제할 줄 알아야하겠다.
원래 투기는 오래가지 않는 것이며, 반드시 반락과 냉각의 과정을 거쳐서 정상상태로 환원되는 것이므로 경솔하게 나만이 예외적으로 투기이득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착각하는 선의의 투자자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 다수의 착각 속에서 결국은 정상상태를 찾는 것이 투기라고 말할 수 있다면, 투기현상은 다수의 착각이 실증되는 과정이라는 냉엄한 논리를 알아야 한다. 지속적인 호경기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모든 투자자들이 투기에 참가해서 이득을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요컨대 이점을 분명히 분별할 줄 아는 투자자들의 자각이야말로 증시의 과열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이다.
석유매장량이 우리의 유류자급을 보증할만한 수준임이 판명된 후에는 비단 주식가격 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분야에서 활기가 일고, 투자기회가 더 넓게 열릴 것도 자명한 이치다. 지금 당장 너무 조급하게 투기적인 투자를 서두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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