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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호평...남관·권령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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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관·권령우 두재불학백이 「파리」의 신춘화전을 장식하고 있다.
남과 백은 9일∼2월3일「파리」미술학교 앞 골목에 있는 단골 화랑인「갈레리·베르가메르」에 26점의 대작을 내놓았고, 권화백은 8일∼29일「자크·마솔」화랑에 14점을 전시하고 있다.
권화백은「파리」에 처음으로 선보인 셈이지만 이곳에서20여년 기반을 닦은 남관화백은 지난66년 「망옹·비엔날레」 최고상을 수상한 이래 「파리」에선 너무나 널리 알려진 한국화가이다.
『「마스크」(가면) 속에 담긴 그 무엇』이라고 저명한 미술비평가「강·자크·레베크」가 표현했듯이 이번에는 남화백은 불가사의한 조각을 연상시키는 가면과 상형문자가 뒤섞인 추상화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적인 것보다는 고전적인 것, 반들반들 윤나는 돌보다는 이끼 낀 바위, 인간의 겉모양보다는 가슴속에 담긴 남모를 고뇌와 슬픔 같은 것이 남화백의 작품세계이다.
한국 또는 동양화가들의 추상화를 이곳 비평가들은 흔히 『동서양의 조화』 라는 말로 간단히 설명하지만 남화백의 그림은 우리의 전통적인 문제에 더욱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어린시절에 배웠던 붓글씨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칼리그라괴」는 보는 이에 따라 바위·가면·직물·경물· 인간의 얼굴 등 여러가지 형태로 파악되는 점에 특성이 있다.
서양화라고 흔히들 부르는 추상화가 19세기말인상파의 『색의 혁명』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남화백의 추상화는 「우리의 전통적인 것」동양적인 것에 깊은 바탕을 두고있는 것 같다.
전시작품 중 유독 눈길을 모으는 것은『내 친구들을 위한 상』(부제·침울한 얼굴들)이란 그림. 수많은 상형문자의 나열같이 보이는 것이 실은 밤마다 꿈에 보이는 친구들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작품 속에「몽마르트」의 화실에서 본 달과 근심·슬픔·죽음(그의 친구들은 거의 죽었다)들을 노래한 시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자색·청색이 지배적이다. 그 색깔들이 수백가지로 다양성을 보여 정신속으로 승화된 경지에 올라있는 것이다.
한편 권화백은 작년에 동경에서 5인백색정가전에 참가한바 있지만 그의 그림은 백색의 세계다. 백의민족을 주제로 삼은 듯한 그의 작품들은 동양화에 쓰는 화선지로 이루어져 있어 추상화면서도 한국인의 순박성을 돋보이게 한다.
그의 작품은 종이에 풀을 발라 손으로 밀어붙이거나 찢어내고 다시 붙이는 등「그렸다」고 하기보다는 「종이작업」 이라고나 해야 할지, 그는 종전에는 흑과 백색을 다루었는데 이곳에서 제작한 최근작만을 전시한 이번 작품들은 순백색만을 써서 이채롭다.
『「파리」에서는 구속적인 활동이 없이는 견뎌낼 수 없는 것 같다. 2차전·3차전을 계속해 보이겠다』고 권화백은 포부를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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