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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국제경제|로이·해로드 경 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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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5년엔 세계각국이 실업과「인플레」의 2중고를 겪었다. 이는 분명히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역설적인 현상이다. 「인플레」는 경제의 완전 가동상태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만 생기는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위대한 개척자인 「J·M·케인즈」는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향상율을 앞지를 때 「인플레」가 이론상으론 생기나 실제론 그렇게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75년엔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실업을 수반한 「인플레」가 아주 심하게 만연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76년에도 되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가와 임금은 서로 순환적 상승을 한다는 옛말이 있다. 작년엔 석유가 세계경제의 주역 노릇을 했다.
석유가의 폭등은 산유국들 외 집단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산유국들의 단결에 의해 석유가 인상이 성공한 이상 고 석유가의 유지에도 충분히 단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업·물가 이중고>
「에너지·코스트」는 여타 많은 상품의 생산 「코스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산유국의 단결에 의한 석유독점체제의 형성은 유가의 일괄상승을 가져 왔지만 계속적인 상승률을 유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석유가의 암운은 아직도 우리 앞길에 가로 놓여있다.
영국의 위치는 최대 석유 수입국의 하나라는 점에서 특별히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되긴 한다.
영국은 「에너지」공급을 일부 북해유전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의 탐사결과는 북해유전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풍부한 것으로 판명됐는데 그 유전은 북극까지 뻗쳐 있을지도 모른다. 산유국들이 그들의 가격정책에서 너무 독점횡포를 부린다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징후는 많다.
저명한 과학자들은 핵 이용 연구의 진보로 인류가 필요로 하는 모든 「에너지」를 어느 곳에서든지 얻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핵 이용 진전 이뤄>
물론 이러한 결과를 얻기까지는 낙관적인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것이 성취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번 「파리」근교 「랑부이에」에서 열린 6개국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프랑스」간에 합의를 본 협정은 세계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다.
그러나 「랑부이에」회담의 성과를 지금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 빠르다. 당시 세계의 모든 눈이 「랑부이에」회의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회담의 성과가 하나도 없다고 발표할 수는 없었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면을 캐들어 가면 무엇이 있을까?
회의의 주요성과는 「달러」화와 「프랑스」화간의 관계에 대한 합의에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같은 일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 있어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
미국은 국제수지의 어려움을 겪게됐고 그래서 유동환율의 적용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데 「프랑스」는 반대의 입장이다.
「프랑스」는 고정환율제를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경제의 입장에서 볼 때 어느 것이 더 좋은 제도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환율격변은 불안>
환율을 너무 제멋대로 유동시킨다는 데는 중대한 결점이 있다.
환율의 격변은 무역과 외국투자에 불안감을 준다.
수출업자나 수입업자들은 다같이 그들 거래의 자국통화 환산치를 알고 싶어하며 따라서 상호간에 환율변동 폭이 극히 작아 만족할 수가 있다.
환율변동이 극히 제한되는 고정환율제 아래선 각국은 통화정책면에서 극도의 절제가 필요하다.
물론 예외적인 조치로 국한시킬 문제지만 한나라의 「인플레」가 다른 나라보다도 훨씬 심할 때는 평가절하가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종종 사소한 불균형 상태가 발생되게 마련인데 이때 환율의 변동이라는 방법보다는 관세나 수입규제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은 논란거리가 될만하다.
이론에서나 실제에 있어서나 수출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유무역의 제한은 환율변동보다도 더 불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태도다.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수시로 환율을 바꾸는 것은 수입규제보다도 훨씬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환율의 변동은 전체 대외거래에 불확실성을 가져오지만 수입규제의 변경은 특정품목에만 국한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제대상 품목도 전문가들이 왜 수입규제를 하는가를 생각해낼 수 있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공식문서에 임금 및 물가에 대한 직접통제에 관해선 별로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 제도가 원만하게 운용되려면 임금 및 물가에 관한 통제는 절대 필요한 것이다.
이 문제는 질서 정연하게 처리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가안정이 전제>
가장 명료한 원칙은 관계당국이 일반물가 수준의 안정을 기해야되고 고용주들이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주는 것을 불법화하는 것이다.
만약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주면 가격 「인플레」가 불가피할 것이며 이는 환율 안정에도 장애가 된다.
임금통제가 인간 자유에 대한 불쾌한 간섭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왔던 영국에서 산업혁명전 반세기동안 임금의 최고 한도를 치안판사가 정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 하다.
당시 임금노동 인구는 비교적 고정돼있었다.
한데 산업혁명을 맞아 노동인구의 대이동이 있게되자 경제상황은 치안판사가 일일이 파악하기엔 너무 복잡하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우리들은 이제 국제 및 국내제도가 어떻게 운영되어야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모든 주위여건을 종합해 보건대 76년은 또 다른 불규칙성과 혼란의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발전할 여지가 있다.
현재의 제도에서 생겨나는 무질서와 불확실성에 대한 조바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 될 것이다. 더 많은 국제적 토의가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도의가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비관적이다.
나아가서 우리들은 기술의 발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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