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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초빙 과학자들 연구 현장 '주연 같은 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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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한국교원대 내 한중대기과학연구센터.몽골 기상.수질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죽데어(여.45) 박사가 대학원생들과 황사의 발생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죽데어 박사는 2001년 1월 한국과 몽골의 첫 정상회담에서 황사 공동연구가 합의됨에 따라 그해 6월 한국에 초빙된 첫번째 경우. 황사의 발원지에서 건너온 죽데어 박사의 말 한마디는 거의 대부분 교원대 대학원생들의 노트에 소중하게 기록됐다.

죽데어 박사를 불러들인 정용승 교수는 "죽데어 박사 덕택에 과학논문색인(SCI)에 등재된 학술지에 논문 두편을 게재했고 두편이 추가로 실릴 계획"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해외 고급과학두뇌초빙 활용사업(이하 브레인풀)'으로 한국에서 활약 중인 해외 과학자들이 연구현장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994년부터 추진된 브레인풀을 통해 현재까지 미국.일본.러시아 등 30여개국에서 초빙된 해외 과학기술자는 모두 8백20여명.

박사학위 취득 후 5년 이상의 연구개발 경험을 가져야하는 등 까다로운 선정기준을 거쳐 초빙된 해외 과학자들이 대학.정부출연연구소.기업체 등에 포진, 우리나라 연구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브레인풀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핵심 첨단과학기술의 획득과 대학.정부출연연구소.산업체 등 연구현장에서 풀리지 않는 애로기술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최근 들어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2000년까지 집계된 논문 수가 2천2백46편으로 1인당 2.7편이 넘고 특허 또한 1백41건에 달했다.

과기부는 사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던 브레인풀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과학기술인력 교류사업'을 브레인풀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체재비와 지원대상 기업을 확대해 해외 과학자 1백4명에 대한 선정을 이달초 마치기도 했다.

해외 과학자들도 빠르게 적응하는 분위기다. 건국대 유전육종학연구실에서 질병 면역력이 높은 꽃을 개발 중인 체니 아스워스(41.인도) 박사는 "한국의 연구환경이 매우 만족스러워 지난해 인도 친구 2명을 건국대 내 다른 연구소에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 3년을 근무하고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해양생물연구소로 돌아간 미생물학자 스베타체프(57.러시아) 박사는 벌써부터 "한국과 김치가 그립다"며 "내년 초에 다시 불러달라"고 요청할 정도.

그러나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견디지못하고 중도하차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건국대 원예과학과 김두환 교수는 "5명의 해외 과학자와 생활해봤는데 이가운데 2명은 게으르거나 음식 등 한국문화에 적응못해 불만만 늘어 놓아 일찌감치 내보냈다"며 "선진국에 비해 적은 돈으로 우수한 두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논문.업적이 뛰어나더라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전체 초빙자 가운데 44%를 차지하는 교포과학자의 경우 문화적 이질감을 적게 느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월 캐나다로 돌아간 정영섭(65) 몬트리올대 교수는 1년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지내면서 실험방법론의 기초를 닦아줬다는 평이다.

또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들어가는 영구자석 생산업체 자화전자㈜는 초빙 과학자였던 김승호(56) 박사와 지난해 4월 2년 계약을 끝낸 뒤 억대 연봉으로 연구소장에 선임했다.

올해 초빙과학자 총괄선정평가위원장을 맡고있는 서울대 우종천(물리학과) 교수는 "지원 규모를 상향 조정해 선진국의 정상급 우수 두뇌를 유치할수 있는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발전 방향을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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