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영역 넓히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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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달팽이 걸음으로 움직이는 둥 마는 둥하고 있는 「제네바」의 국제무역협상에서 90개 국가간의 협정이 맺어지려면 앞으로 1년은 걸리리라는 전망이다.
국제무역협상은 미국과 구주공동시장간의 농산물거래 문제가 큰 장애물로 협상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 73년 동경무역협상(동경「라운드」)의 막이 오를 때 예상했던 것보다 진전이 더디다.
미국 정부가 지난 5일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으로부터의 8개 품목의 상품에 이른바 상계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한 것도 지지부진한 「제네바」협상에 대한 미국 나름의 짜증일 수도 있다.
이 조치는 무역협상의 진전을 자극할 가능성보다는 그것을 한층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74년에 제정된 미국 통상법에 따르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의 가격을 가지고 같은 상품의 미국 생산자가 정부를 상대로 불평을 하면 정부는 「덤핑」여부를 가리는 조사를 하게 되어 있다.
조사 결과 수입상품 가격의 배후에 수출국 정부의 보조금 같은 것이 포함되었음이 드러나면 거기에 해당되는 만큼의 상계관세를 매기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 및 대만산의 신발류, 일본의 전자제품, 구주공동시장의 「플로트」유리 같은 상품들도 그러한 경위로 조사 대상이 되었다.
한국산 신발류는 정부 보조를 받아서 한국 시장에서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와 미국 업자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판정이 났다. 그래서 미국 재무성은 고무제품이 아닌 신발류에 대해서는 0.7%의 상계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75년 중에 한국은 미국 시장에 고무신발 8천2백10만 「달러」어치, 그리고 고무가 들어 있지 않은 신발 2천3백5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그 중 재무성은 비고무신발에 대해서만 0.7%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덩어리가 큰 고무신발에 대해서는 제재 조치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이 직접 받는 영향은 2천3백50만「달러」안팎의 수출에 대해 0.7%를 미국의 국고에 뺏기는 정도이나 문제는 미국이 보호무역의 색채를 짙게 띠어 가고 있다는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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