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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주 이후 시대」는 이미 개막되었다|등소평의「모승계」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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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공의 혁명세대를 대표하는 모택동과 주은래가 금년에 사거할 경우 어떤 변화가 예견되는가? 후속 지도체제로의 전환은 순탄하게 이루어질 것인가? 혁명의 원칙성은 고수될 것인가? 대외정책은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가? 미·소·중공간에 이루어져온 삼각균형상태는 계속 유지될 것인가? 이들의 퇴장으로 예기될 이 모든 의문에 관해 본사 김영희 특파원은 12윌15일 미국의 중공문제 석학「존·페어뱅크」교수와 「제럼·코언」교수를 「하버드」 대학에서 만나 좌담회를 마련했다. < 편집자 주>
김=주은래가 이미 여러 달째 와병중이고 모택동이 언어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상태이므로 76년은 중공의 이 두 거물 지도자가 사라져 가는 해가 될 것 같다. 그 다음에 어떤 변화가 오겠는가?
페어뱅크=중공국민들로서는 위대한 이 역사적 지도자들의 죽음에 대해 굉장한 애도를 표할 건 틀림없을 것이다.
코언=중공의 경우도 장개석의 사후를 맞은 자유중국처럼 모이후의 승계작업이 순탄할 것을 희망한다. 이미 모의 후계자는 표면에 나타나서 일상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듯하다.
김=중공이 분열을 일으킨다든가 심지어는 군벌시대로 퇴영할 가능성은 어떤가?
페어뱅크=현재의 중공에 군벌시대의 동장을 예견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국의 군벌시대란 왕조가 허물어진 채 후계 독재자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때에 대두되었었다. 일당독재체제는 30년대 국민당의 등장과 함께 생겨난 것이다. 이 체제가 이제는 확립되었다. 중공당의 중앙위는 이제 새 후계자를 내세울만한 정통성을 갖춘 것 같다.
코언=물론 지도층간에는 상당한 이견이 존재하는 듯 하지만 이견의 표현 정도가 넘지 못할 어떤 한계선을 설정하고 있는 듯 하다. 문화혁명이 바로 이 한계선에 육박했던 사건인데 지도층은 그 체험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모·주 이후의 권력투쟁이란 것이 나라를 분열시킬 정도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등소평 이후가 문제>
페어뱅크=그렇다. 유소기와 임표가 그처럼 강력한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몰락이 무력항쟁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코언=하지만 유·임의 사은 승계문제를 순탄하게 제도화하려는 노력의 실패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승계문제에서 오는 위협요소는 이미 존재한다.
김=모의 인격화된 통치가 등소평으로 대표되는 제도화된 통치로 바뀔 것으로는 보지 않는가?
코언=문제는 어떤걸 제도화로 보느냐에 있다. 등이 이미 모에 의해서 후계자로 선정되었다면 이를 당헌을 통해 공식화하는 조치를 사후에 취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등 다음의 후계자는 어떤 방법으로 정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즉 그 다음 후계자를 선정하는 「제도」를 어디서 찾느냐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등은 이미 71세다. 따라서 그의 후계자 문제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적인 문제다.
페어뱅크=근본적인 문제는 중공이 우리가 알고있는 형태의 야당세력을 갖추는 일이다. 이런 세력이 확립될 경우 반대세력의 표적은 인물 아닌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물론 서구적 전통이긴 하지만.
코언=중공의 경우 근년에 와서는 모가 정책논쟁의 위에 군림하는 상징적 존재의 역할을 해왔다. 중공에서처럼 양당간이 아니라 일당 안에서 정책에 관한 논쟁이 일어나는 경우 그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는 논쟁이 한도를 넘어서는 것을 막고 또 어느 한쪽에 자신의 선호를 모함으로써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김=모 이후에 집단지도체제가 들어 설 가능성은 어떤가?
페어뱅크=형식상으로는 이미 집단지도체제가 이루어져 있다. 모가 중앙위와 대립관계에 있을 때도 그는 그 안에 일단의 지지세력을 갖고 있었다.
「집단」이란 말 자체가 이론적인가 하면 또 실제적인 면을 갖고 있다.
모가 유일한 지배자였다고는 할 수 없다. 예컨대 행정부는 주은내가 통솔해 오지 않았는가?
김=그렇다면 등소평의 등장이 지도체제의 형태에 아무런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란 뜻인가?
코언=공산국가는 어느 곳이나 집단지도체제가 있다. 그렇지만 오래지않아 한 인물이 부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누군가가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페어뱅크=소련에서 「스탈린」이후에 「흐루시초프」가 등장했던 것이 좋은 예다. 그렇지만 공산당중앙위가 그가 그만 두도록 결의하자 그는 물러났다. 이는 소련이 보다 나은 정부를 가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처음 갖게 했다.
김=등소평이 안정된 권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페어뱅크=그럴 것으로 기대한다.
코언=지금으로서는 등이 그의 지배를 장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공의 체제는 아직 관료체제가 굳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확실하게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힘 들다.

<집단지도체제 형성>
페어뱅크=그들의 내부 대립격화는 등이 자신의 후계자를 선정하려 할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등은 모택동처럼 일거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등이 후계자로 선정하려는 인물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것이다.
코언=그런 점에서 부수상겸 공안상 화국봉이 공안문제는 물론 경제정책면에서 점점 중요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그는 모택동이나 주은내가 사망했다는 발표가 있을 경우 안정을 유지할 책임을 진 인물이다.
김=문화혁명기간 중 등이 받았던 비난에 비추어 등이 권력을 장악할 경우 대소유화정책이 어느 정도 대두될 것으로 보는지? 현재로써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막후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있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 중공의 대소감정은 l950년대의 미국에서의 반공감정과 비슷하다. 현재 중공에서 소련에 접근하는 것은 체내의 암적 존재처럼 되어 있다. 이것이 변할 가능성은 없는가?
코언=문화혁명 이전의 등의 행적은 대단히 반소적이었다. 이런 뜻에서 그는 소련에 대해 강경한 주장을 할 인물이다. 그렇지만 「닉슨」전대통령이 지난날 강경한 반공주의자였기 때문에 중공에 대해 유연성을 보일 수 있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등도 두 가지 점에서 그와 같은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그의 반소성향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둘째는 그가 모나 주처럼 대미관계에서 개인적인 관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포드」나 「키신저」에 대한 그의 냉담한 태도는 미·소에 대해 그가 균형된 관계를 추구하리라는 징조일지도 모른다.
「스탈린」사후 소련에서 일어났던 불확실성을 상기한다면 등이 그의 권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등이 그의 권력을 강화할 경우 그는 美·소양국을 다같이 비난하면서「모스크바」와「워싱턴」사이에 보다 균형된 정책을 점진적으로 취함으로써 미·소양국과 다같이 제한된 화해정책을 택할 것이다.
김=주은내가 모택동보다 먼저 죽는 것과 모택동이 주은내보다 먼저 죽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는지?
페어뱅크=그 점에 관해서는 나 역시 확실치 않다. 그러나 주의 죽음이 모택동의 죽음보다는 훨씬 더 슬퍼해야 할 것은 확실하다.

<공안상 화국봉 부상>
김=어째서 그런가?
페어뱅크=주은내가 훨씬 더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는 다른 나라와 많은 접촉을 가져왔고 많은 나라를 두루 다니기도 했다. 물론 미국에 한번도 오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지만….그것은 미국으로 보면 큰 손실이다.
주의 인품은 항상 인간성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성이나 감정, 그리고 관심있는 문제에 항상 민감해왔다. 그는 또한 항상 갖가지 견해나 불평등을 경청해왔고 이를 포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결정이 온건했다는 뜻은 아니다.
코언=내 생각으로는 대부분의 중공사람들은 모택동이 죽고 주은내가 생존해 있다면 중공에서 어떤 전환이 일어나기는 더 쉬울 것이라고 믿고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의 근거는 주은내가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있고 명성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 이외에 탁월한 행정수완이 있다는 점이다.
김=주은내에 관해 중점적으로 화제를 이끌어왔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역사는 주은내를 어떻게 평가할 것으로 보는지?
페어뱅크=주는 중국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고 평가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모택동은 정책노선을 세우려고 시도한데 비해 주은내는 행정담당자로 실제로 정책을 실천에 옮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은내는 여러 번에 걸쳐 모택동이 지나치게 내닫거나 격정에 치우친다든지 과격해 지는 것을 견제해왔다고 볼 수 있다. 주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는 인간적인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있다. 주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 위인이다. 역사는「모시대」라기 보다는「모·주시대」라고 부를 것이다. 모택동은 물론 위대한 인물이다. 그러나 모택동과 주은내는 함께 이 시대를 만들었다고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김=일반적으로 모택동이 자력갱생과 농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등소평은 보다 급진적인 경제개발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고있는데, 등소평이 과연 서방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경제개발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지?
페어뱅크=등소평은 공산주의자이기 전에 전형적인 행정관료다. 그는 기술개발의 필요성을중시하고 있다.
코언=등소평은 『고양이가 쥐만 잡으면 되지 그 고양이가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상관없다』라는 명언을 한 사람이다. 그러나 등소평은 탈권되었다가 복권되는등 정치적인 시련을 겪었던 인물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공이 차차 외국의 자본과 기술의 기여를 존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등소평은 중공을 현대공업국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지금부터 강력히 공업화를 추진시켜 나갈 것 이 분명하다.

<월맹친소화에 당혹>
김=중·소는 공산화된 인지반도·「앙골라」및 남아대륙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 같다. 등의 지도 노선아래서도 중·소의 그 같은 경쟁은 계속될 것인가?
코언=중공이 인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한층 더 관심을 가지리라는 점은 확실하다. 최근 수개월간에 월맹이 중공으로부터 이탈해온 현장은 중공엔 아주 당혹스러운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우리가 월남전에서 손을 떼는 순간부터 월맹이 중공을 반대하기 시작하는 것을 우리는 목도했다.
김=등소평정권하의 미·중공관계의 화해전망은 어떤가. 그 때즘이면「키신저」는 물러 날것 같은데….
코언=등과 「키신저」간에는 확실히 서로 친밀감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우리시대에 세계는 어떻게 또 다른 「메테르니히」(1815년「빈」평화회의를 주재한 유명한 19세기의 「오스트리아」제국의 재상=주)를 낳을 수 있었을까』라고 주은내는 곧잘 「키신저」를 추켜세웠다.「키신저」는 『주는 참으로 신중한 인물이다』라고 되받아 주를 찬양했다.
그런데 우리는 등과 「키신저」간에 서로 칭찬하는 말을 못 듣고 있다.
그들은 서로 매우 냉정하고 쌀쌀하며 또 공식적이다. 그러나 나는 미·중공관계가 인간관계에 의존해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등은 중공의 국익에 최선책이라고만 여겨지는 역할을 할 것이다. 황화주「유엔」중공대사는 지금은 아주 친밀하고 상냥스럽고 개성있는 유능한 인물이지만 그가 한국휴전 협상때는 아주 다른 성격의 인물이었다. 황화는 문제와 장소에 따라 아주 딴사람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페어뱅크=「미시건」주에서라면 미식축구단에서「하프·백」을 맡았을 법한 인물이다.
김=중공방문에서 돌아오는 길에「포드」대통령은 신대평양 「독트린」을 발표했는데 중공이 이 관언의 은밀한 공동 발의자라는 어떤 징후라도 있는가?

<대북괴지원 소극적>
페어뱅크=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이 선언은 오랫동안 전개된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집약된 것이다. 그것은「포드」대통령이 단독으로 발표한 것이다.
코언=그러나 미국이 태평양세력이며 나아가 제한된 「아시아」세력이라는 「포드」 대통령의 재확인을 중공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것만은 명백하다. 중공은 태국으로부터 또는「필리핀」으로 부터 미국을 쫓아내려는 것 같지도 않다. 그들은 미군의 한국주둔에 대해 말로는 떠들지만 그 살수시기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드·독트린」 은 중공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잘 적중시켰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모 이후 중공의 대한정책에 변화가 오리라고 보는가?
페어뱅크=중공은 이론적으로 공산세력으로서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행동면에서는 이 입장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지는 않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은 미국의 대한지원에 대해 별로 압력을 넣지 않고 있다.
코언=중공이 김일성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에 휘말려들 정도로까지 지원하려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전쟁이 일어날 경우 소련이 북괴에 대한 영향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게되고 북괴도 소련무기에 크게 의존하게되어 결국 월남경우의 재판이 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월남의 경우 중공도 어느 정도 월맹을 지원했지만 결국 돈과 장비가 풍부한 소련이 우위를 차지했던 것이다. 중공이 원칙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하고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극히 조심성있게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공이 한반도문제에 관한 4자회담을 열자는 미국의 제의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과 중공관계에서 당면할 눈앞의 문제는 서해의 석유 채굴권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문제에 관해 미·중공간에 협조가 이루어질 날은 요원한 듯 하다.
김=중공이 한국의 통일, 심지어 적화통일마저도 원하지 않는다는 일설은 어떻게 보는가?
페어뱅크=그것은 전적으로 통일 후 정부의 성격에 달린 문제다.
코언=월남은 공산체제하에 통일되었지만 중공에는 이전보다 많은 골칫거리를 안겨줬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그렇더라도 한국이 공산체제로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중공으로서는 여전히 모험임에 틀림없다.
페어뱅크=한국문제의 만족스런 해결을 시도함에 있어 한국은 4강의 이해관계에 자신의 목표를 맞추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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