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오 서울 용산의 한 행사장에서 재경광주전남향우회가 주최한 경로위안잔치가 열렸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경쟁 중인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이 총출동했다. 행사 개막에 앞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김 전 총리=“아니, 우리 정몽준 후보님께서 광주전남향우회를 찾아오시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정 의원=“제가 명예 목포시민이고요, 명예 전라북도 도민입니다.”
애초 김 전 총리의 공식 일정엔 이날 행사 참여가 예정돼 있지 않았다. 행사 소식을 뒤늦게 접한 후 부리나케 달려온 거다. 그러나 행사장에선 전남 장성 출신인 김 전 총리가 주최 측의 역할을 했다. 그는 축사에서도 “오늘 이 자리에 정 후보님, 이혜훈 예비후보님이 함께해주셔서 대단히 고맙다”고 했다. 정 의원도 지지 않았다. 그는 “제가 이사장 하고 있는 아산재단에서 제일 먼저 지방에 병원을 지은 곳이 전남 보성이고, 제가 시민이고 도민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과 김 전 총리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주제를 바꿔가며 주거나 받거니 설전이 오간다. 먼저, 출신 지역을 놓고 한차례 맞붙었다. 김 전 총리가 “호남 출신으로 새누리당의 외연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정 의원은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이용하겠다는 것은 새 정치라고 볼 수 없다”고 공격했다.
최근엔 행정가 대 정치인이 테마였다. 김 전 총리가 “정치가형 시장이냐, 행정가형 시장이냐 할 때 시민들은 단연코 행정가를 원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김 전 총리의 캠프 개소식에 참석해 “애벌레를 거쳐야 나비가 되는 것처럼 스테이츠맨(statesman·정치인)이 되기 위해선 팔러티션(politician)이 먼저 돼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나이를 놓고도 “연세가 있으신데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정 의원), “불과 3살 차이. 나이 계산을 잘못한 거 아닌가 모르겠다”(김 전 총리)고 신경전을 벌였다. 또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싸고는 “정 후보와 인지도에서 차이가 난다. 능력을 알리면 인지도와 지지도도 올라갈 것”(김 전 총리)이란 주장과 “의욕이 있는 건 좋은데 정치를 모른다. 인지도는 많은 노력의 결과”(정 의원)라는 발언이 부닥쳤다.
권호·김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