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뚝심 … 중국 겨냥 "북한 인권 거부권 자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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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움직임에 중국이 제동을 걸지 말 것을 요청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방송된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다.

 박 대통령은 23일 방영된 네덜란드 방송 NOS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단호하지 못하다고 느낄 만한 신호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북한 인권 부분에 있어 더 임팩트가 강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많은 국가가 북한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 가 그에 대해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 인터뷰는 박 대통령의 출국 전인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진행됐으며, 한·중 정상회담 사흘 전인 20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게재됐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 인권문제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최근 북한에서 광범위한 반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걸 말한다. COI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COI 보고서에 대해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COI가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도 ‘반인도범죄 방조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 머무는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중국인과 강제 결혼하는 것 역시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은 이를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부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COI 보고서를 거부하지 말라고 촉구하자 “박 대통령의 뚝심이 발동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발언은 박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통일준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탈북자 보호를 비롯한 북한 인권문제가 통일준비위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외교라인 핵심 관계자는 “정부 내에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북한 주민은 물론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의 마음을 사기 힘들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며 “인도적 지원을 하는 동시에 북 인권문제 제기 드라이브를 함께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탈북자 북송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인도적 차원에서 각별한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대통령은 NOS 인터뷰에서 “핵문제가 심각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하나의 ‘세계의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와 같이 만들어 전 세계가 여기서부터 핵무기 없는 세상이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힘을 모은다면 그것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때는 우리가 분명히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겠다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어느 한 곳도 빈틈이 없이 공조를 해 나간다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국제사회의 ‘힘 있는 공조’를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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