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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들끼리 전염됐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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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가 충남 부여의 한 닭농장에서 또 발견됐다. 이달 초 천안 양계농장에 이어 둘째 사례다. 이번엔 한 농가에서 11마리가 한꺼번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개 사이에서 AI가 옮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기존 AI 발생 농가를 대상으로 개·돼지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던 중, 부여 농가에 사는 개 11마리에서 AI 항체(H5)가 확인됐다. 개 몸에 항체가 있다는 것은 AI에 감염됐다가 나았다는 뜻이다. 또 천안의 다른 농장에서도 AI에 감염됐던 개가 한 마리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AI에 걸렸던 개는 모두 13마리로 늘었다.

 농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해당 농장 주인이 이들 개에게 사료 대신 닭·오리의 폐사체를 먹인 정황을 잡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폐사한 닭을 사료로 먹였다면 이것이 위법 사항이 되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바이러스가 개에게서 개로 옮아갔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한두 마리가 먼저 AI에 감염된 뒤 입과 코를 통해 다른 개에게 옮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여 농장에선 모두 20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주이석 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 갔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역본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항체가 발견된 개 한 마리를 부검할 계획이다. 개가 AI에 감염된 사례는 2004년 태국에서 처음 나왔다. AI로 죽은 오리를 개가 먹고, 목숨을 잃었다. 국내처럼 감염된 개가 별다른 증상 없이 나은 경우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에 퍼진 AI의 유형인 H5N8은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옮긴 사례가 없다.

 한편 농식품부는 AI가 발병한 충남 천안의 축산과학원 가금연구단지를 강원도로 이전할 방침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닭·오리 품종 연구 목적으로 운영되는 이 연구단지에서는 지난 2일 AI가 발병해 방역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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