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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앱 큰 시장 찾아, 일본으로 점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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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10일 국내 스타트업(소규모 벤처회사)인 위자드웍스가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솜노트)으로 ‘기록의 나라’ 일본의 유료 콘텐트 시장에 진출했다. 클라우드 메모앱인 솜노트가 일본 2위 통신사 KDDI의 앱 마켓인 스마트패스에 입점한 것이다. 스마트패스는 KDDI가 선별한 유료 앱 900여 개를 회원 800만 명이 한 달 이용료로 372엔(약 4000원)을 내고 쓰는 곳이다. 통신사가 앱의 품질을 보장하는 터라 검증된 서비스를 좋아하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패스의 인기가 높지만 그만큼 입점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위자드웍스 표철민(29) 대표는 “지난해 여름 입점이 결정된 후에도 6개월 넘게 서비스 세부사항을 꼼꼼히 검사받았다”며 “오탈자 하나만 발견돼도 ‘한 달간 서비스를 재점검하라’는 철저함에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솜노트는 입점 열흘 만에 전체 900개 앱 중 240위권에 올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이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일본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일본어로 무료 앱을 내놓는 수준이 아니다. 현지 통신사와 광고주·콘텐트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손잡고 상품을 개발한다. 필요하면 일본에 해외법인을 세우기도 한다.

 커플끼리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비트윈’을 개발한 VCNC는 2년 전부터 일본 진출을 준비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와 비트윈이 잘 맞아떨어질 것이라 판단했다. 창업 2년 만인 지난해 4월에는 과감히 현지 법인을 세웠다. 창업가 출신 20대 일본인을 법인장으로 영입했다. 박재욱 대표는 “올해부터는 현지 광고주들과 광고 채널 계약을 확대하고 e커머스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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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캐릭터가 알람을 울려주는 앱 ‘알람몬’를 만드는 말랑스튜디오도 한 달 전 일본 앱스토어에 진출했다. 출시 직후 라이프스타일 부문 1위를 달리며 케로로와 헬로키티 캐릭터로 일본인들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사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3위의 휴대전화 제조사 샤오미, 1억 명 기반 앱마켓을 가진 포털 바이두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사 김영호 대표는 ‘캐릭터 천국’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김 대표는 “일본에는 40~60대 아줌마들도 좋아하는 캐릭터라면 돈을 아끼지 않고 쓰더라”며 “연령과 성별에 따른 맞춤형 캐릭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일본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일본의 넓은 유료 콘텐트 시장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내수가 좁은 한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롱런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일본은 1차 타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모바일 콘텐트 시장은 한국의 5~7배로 평가된다. 일본 모바일콘텐츠포럼(MCF)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일본의 모바일 콘텐트 시장은 약 2조3507억 엔(약 24조7744억원)에 달한다. 중국이나 홍콩·싱가포르·동남아권은 유료 서비스로 수익을 내기엔 아직 이르다. 문화권이 다른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은 아직까지는 문턱이 높다. 반면 일본은 피처폰(구형 휴대전화) 시대부터 이미 유료 콘텐트 결제에 익숙한 일본 소비자들이 시장을 키웠다.

 하지만 “일본은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박재욱 대표는 “사업성 못지않게 신뢰나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비즈니스 문화가 일본의 특징”이라며 “계약 하나가 성사되려면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대표는 “일본 소비자들은 한번 로열티(충성도)를 가지면 평생 이어지지만, 한번 싫은 건 다시는 안 쳐다본다”고 말했다. 앱 사용 매뉴얼에 있는 오타도 찾아내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를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간과한 벤처들이 과거 일본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조용히 빠져 나왔었다.

 정부도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돕고 나섰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산하 스마트콘텐츠센터는 일본의 마케팅전문기업 IGA웍스를 고용해 스타트업 7곳의 일본 진출을 돕고 있다. IGA웍스의 미요시 헤이타 이사는 “일본의 문화가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며 “현지의 문화와 타깃 수요층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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