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시아」정책의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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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하원 외교위의 미래정책소위는 주한 미군의 계속 유지가 미국의 안보에 유익하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그 이유로 한국이 공산화 할 경우 일본의 기술과 중공의 인력 및 자원이 결합하는 초강 세력이 「아시아」에 형성되어 미국에 대위협이 되리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과 주한 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미하원 외교소위의 평가는 미국 행정부의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원소위가 결론을 도출한 논리 전개 과정에는 미흡한 구석도 없지 않으나 노출된 결론만은 현실에 적응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결론은 또한 우리의 인식과 요청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주한 미군은 현재 한반도에서 군사 균형을 지탱하는 전쟁 억지의 불가결한 요소다. 북괴의 단독 남침을 우리가 단독으로 격퇴한다는 의미의 자주 국방력 배양은 아직도 3∼5년이 걸리리란 전망이다. 이러한 현실에선 주한 미군이 북괴의 단독 남침까지도 억지 하는 기본적 역할을 수행해야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국방력을 갖춘다는 사실만으로 당장 미군 주둔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괴의 도발이 소·중공의 국제적 지원의 아래서 수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한정 미군의 한국 주둔을 바라거나 이를 기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남북한의 균형을 축으로 안정되기까지는 미국의 강력한 대한 공약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의 입장과도 부합된다.
「포드·독트린」에서 강조됐듯이 미국이 태평양 국가인 이상 인지 이후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일본과 함께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최후 거점일 뿐더러 일본을 미국에 묶어 두는 전제가 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서 신뢰를 잃을 경우에도 일본이 현재와 같은 경무장에 머무르리라 전망하기는 지극히 곤란하다. 그렇게 일본이 군사적으로 대미 의존을 벗어나게 되면 미국은 태평양 대안에서 불안스런 새 군사 대국을 맞게 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경우 소·중공과 완충 지대 없이 이웃하게 된 일본이 지금처럼 공산대국들과 대립 자세에 서기는 힘들겠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오늘처럼 경무장한 일본이 미국의 해·공군기지·「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남아 주는 게 국가 이익에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보강해 주는 전제가 바로 한반도의 현상 안정이다.
그러나 북한 공산 집단은 한반도의 현상을 파괴할 기회만을 노리고 이미 준비 태세를 갖춰 놓고 있다. 단지 한국 국민 및 국군의 대비 태세와 주한 미군을 포함한 미국의 지원 태세가 이를 막고 있을 뿐이다. 일본 정부가 미군의 계속적인 한국 주둔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게 주한 미군이 상당 기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서 한국과 미국 및 일본의 국가 이익은 합일점에 도달한다.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주한 미군 유지 의사 표명과 이번 하원 외교소위의 같은 견해를 담은 보고서는 미국의 이런 입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음 든든하게 해준다. 이렇게 미국의 대한방위 의지가 강력할 때야말로 우리가 자주 방위력을 키워 뒷날에 대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하겠다. 군사력의 증강 못지 않게 정치·외교를 통한 국제 연대의 추구와 긴장완화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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