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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동포의 모국 방문 돕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총련계 재일 동포의 모국 방문 사업은 재일 동포 사회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괴와 조총련의 남한 현실에 대한 허위에 찬 악 선전이 모국을 다녀간 조총련계 동포들에 의해 날조임이 드러나고 있으므로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에 대응해 조총련의 조직은 동포 모국 방문 방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순리에 역행하는 그들의 이러한 책동이 결코 성과를 거둘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그것은 헤어져 있는 혈육이 서로 만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기본 성정이기 때문이다.
헤어짐의 아픔 속에서 이산 동포 1천만이 벌써 한 세대를 보냈다. 사무친 한속에서 이미 눈을 감은 분도 많지만 남은 사람들도 대부분 초조한 마음을 가누기 힘든 형편이다.
이 무슨 비극인가.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이 비극을 가져왔다면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나 「이데올로기」가 과연 어떤 정당성과 설득력이 있단 말인가.
남북한간에 전반적인 이산가족의 상봉이 실현되지 못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북괴 「이데올로기」의 비도덕성에 기인한다. 그들은 남북적 회담에서 한적의 이산가족 재회를 위한 모든 제의를 이른바 「조건 환경론」을 내세워 거부해 왔다. 전반적인 이산가족의 재회는커녕 성묘 방문단 교류·노부모 상봉을 위한 면회소 및 우편물 교환소 설치·이산가족의 사진 교환 같은 초보적 사업마저 그들은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 전제조건으로 한국의 반공시책 및 법제도의 폐기, 남북 왕래자의 인신 및 소지품 불가침과 출판·결사·통행의 자유 보장, 군사적 대치 상태를 해소하는 적극적 조치 강구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당장 남한에서 공산주의를 합법화하고 북한의 간첩 활동은 물론 공산당의 조직과 활동을 허용하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정치·군사 문제를 인도적 이산 가족 문제 해결의 선행 조건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북괴가 이산 가족 문제 해결에 전혀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할 성의만 있다면 이른바 조건 환경이 큰 장애일 수는 없다.
11차례에 걸쳐 1천 5백명 가까운 조총련계 재일 동포가 모국을 방문한 사실이 바로 그 뚜렷한 증거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이 사업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측 진의의 뚜렷한 증거다. 더욱 어려움을 무릅쓴 조총련계 동포들의 열렬한 호응은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은 인간애의 승리의 증거다.
최근 조총련계 동포들간에는 모국 방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친목계 모임이 번져 가고 있다고 한다. 가족과 친지 그리고 고향을 찾겠다는 그들의 갈망에 가슴이 저린다.
한편, 고향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이들 가난한 동포들의 모국 방문을 돕기 위해 한국신문협회는 불우이웃 돕기의 일환으로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이국 땅에서 고향을 그리는 이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 주는 일에 전국민적 호응이 있어야 하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제 겨우 가느다랗게 뚫린 이 길마저 막으려는 조총련과 북괴 집단의 책동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완전 폐쇄적인 북한 사회라면 또 몰라도 개방적인 일본에 사는 동포라면 와 보면 그것이 바로 증거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더 말이 필요없다. 북괴와 조총련은 또 다른 새 이산가족을 만드는 동포 북송 방식이 아니라 남북한과 일본 등 외국에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모두 자유롭게 왕래함으로써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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