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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욘사마”와 “별그대”

중앙일보

입력

2000년대 초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열도는 “겨울연가(후유 노 소나타)”의 주인공 배용준을 “욘사마”라고 부르면서 그에게 푹 빠져 있었다. “욘사마”는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칸논(觀音)사마”(관세음보살)의 모습을 꼭 빼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 사람들의 인기도 매우 높았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욘사마의 나라에서 온 ” 누구라고 즐겨 소개하였다. 그 이후 일본에서는 드라마의 한류 붐이 끊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보면 일본의 주요 방송국은 한국 드라마 프로그램을 더 이상 방영 않는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일부 우익들이 텔레비전 회사에 몰려 가 반(反) 한류 데모를 하였다는 보도가 있어 설마 했는데 일본의 우경화 분위기와 맞물린 혐한(嫌韓)정서로 한류 드라마가 인기를 잃고 폐지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 방중 이래 양국의 밀월 관계를 상징이라도 하듯 한류 드라마가 한창이다.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라는 드라마가 서울과 거의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중국에서 천송이가 좋아했다는 치맥(치킨과 맥주)이 인기를 얻어 한국 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으로 이어졌고 도민준 역의 김수현은 출연료 5억 원의 국빈급 대우로 중국을 다녀왔다고 한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가운데는 한류 팬이 많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근무할 때,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하지만 “대장금”을 좋아한다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솔직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었다.

2008년 8월 하순 후진타오 주석이 방한했을 때 환영만찬에 장금이 역의 이영애가 특별 손님으로 초대되었다. 이영애는 리셉션 라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후 주석에게 다가가 “닌 하오 마” 라고 친근하게 중국어로 인사하면서 악수를 나누었다.

금년 6-7월 경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방한한다면 환영 만찬에 “별그대”의 천송이와 도민준이 초대되지 않을 까 기대해 본다. 시 주석은 드라마 보다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방한에 앞서, 인기 폭발의 “별그대”를 통해 한국 문화를 높이 평가한 왕치산(王岐山) 당 기율위 서기의 보고를 듣고 올 것임에 틀림없다.

왕 서기가 지난 3월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별그대”를 언급하며 한국 드라마의 성공은 전통문화의 승화에 비결이 있다고 하자 중국의 언론은 한국 드라마의 재미는 드라마 대본을 중국처럼 미리 모두 만들어 놓고 찍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취향을 그 때 그 때 반영하여 대본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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