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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번지는「소그룹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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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 생활에서는 스승과의 인격적 대화를 통해 학생자신의 좌표설정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능률가치가 윤리가치보다 우세해 인간관계가 메말라 가고 있지요. 인격적으로 모실 수 있는 스승을 갖는다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행복한일입니다.』지난I2일 서울대학생회관에서 있었던「소집단대화」의 모임 중에 나온 이야기다.
최근 각 대학에서는 작게는 7∼8 명, 많으면15∼20명 가량의 학생이 교수와 대화를 나누는 소집단 대화모임이 번지고 있다.
서울대의「소집단대화」, 연대의 1.2년을 대상으로 하는「그룹·미팅」, 이대의「리추리트」모임,「그룹·카운슬링」의 일부로 실시하는 성대의「트레이닝·미팅」등 운영하는 방법은 다르나 교수와 학생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상호이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각 대학이 공통되어 있다.
서울대의 경우, 금년 2학기부터 학생생활연구소가 실시한「소집단대화」의 모임에는 5회에 걸쳐 1백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대학생의 고뇌의 선로』『연애)「데이트」, 그리고 결혼』『젊은이의 위기와 그 극복』『대학,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우리에게 스승은 존재하는가』등 비교적「센세이셔널」하고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당면하는 문제를 대화주제로 선정하고 있다. 그때문인지 신청자를 모집하면 정원(20명)보다 2, 3배의 희망자가 쇄도한다고 한다.
이 같은 모임을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 학생생활연구소 이장호 교수(심리학)는『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은 강의실에서 교수의 일방적인 지식(지·체)전달에 그쳤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한 목적인 학생들의 인격형성(덕)에는 미흡했다』고 지적, 교수와 학생이 한자리에서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밝힘으로써 불신을 배제하고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대상담실에서 실시하는「그룹·미팅」은 1, 2년을 상대로 대학생활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는 점이 특이하다. 각과에서 l,2명의 추천을 받아 매주 2회씩 2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학생들이 미리 주제를 정하고 대화를 원하는 교수를 말하면 상담실에서는 그 교수에게 알려 대화를 주선해 준다고 한다.
성대는 이와 반대로 학생지도연구실에서「테마」와 교수를 결정, 공고하면 그「테마」에 흥미 있는 학생들이 신청, 대화가 이뤄진다. 이제까지의 주제는 학생주변의 일이 대부분으로 부직·전공·이성 등의 문제가 취급됐다고 동 교 학생지도 연구실 공석영 연구관(상담심리)은 말한다.
이대의 경우는『교내보다 교외(입석·도봉산·소요 등의「캠프」장)에서 과별로 주제와 교수를 정하고 1박2일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설정, 행해지고 있다』고 동 교 호재숙 학생처장은 밝혔다.
각 대학들의 이러한 경향에 대해 고대상담실의 김정희 연구관 (교육심리)은『현재 고대에서는 실시되고 있지 않으나 교수와 학생의 상호이해를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아이디어」』라고 말하고 특히 상담실이라면 문제학생만 가는 곳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새로운「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대화모임에 참가하지 않았던 대다수의 학생들도『현재의「캠퍼스」분위기로 보아「면학」이외에 교수와 학생이 공개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는 많은 제약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얘기된 주제들이 대학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만은 틀림없기 때문에 회를 거듭할 수록 현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지한 대화가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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