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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드셨습니까?” … 블루오션 떠오른 대용식 시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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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호 18면

# 지난 17일 오전 7시. 패스트푸드업체인 한국맥도날드 종로 관훈점. 이른 아침임에도 매장 내부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로 북적거렸다. 카운터 안쪽에선 밥 라슨 맥도날드 아시아지역 수석부사장과 조 엘린저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 등 주요 임직원이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을 맞이했다. 이날 유독 매장이 북적거린 건 한국맥도날드가 아침 메뉴인 에그 맥머핀을 방문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내셔널 브렉퍼스트 데이’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매장별로 1000개씩 총 30만 개가 준비된 공짜 맥머핀은 대부분의 매장에서 2시간 이내에 동이 났다. 젊은 수험생이 많은 노량진점과 직장인 밀집 지역인 관훈점에선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준비된 물량이 소진됐다.

후끈 달아오른 아침밥 전쟁

# 던킨도너츠는 지난해 10월 아침 전용 메뉴인 모닝콤보세트를 출시했다. 이 세트의 특징은 매장에서 직접 음식을 데워주는 핫밀(hot meal)이라는 점.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을 겨냥해 선보인 세트 메뉴로 잉글리시머핀 등 4종의 먹거리와 음료를 합쳐 3000원대 가격에 판다. 실속 있는 가격과 따뜻한 음식이라는 점을 내세운 덕에 모닝콤보는 출시 한 달 만에 5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모닝콤보의 인기에 힘입어 던킨도너츠 매출 중 핫밀의 비중은 2009년 3%에서 지난해 11%로 커졌다. 올 들어 이달 현재까지 핫밀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아침 대용식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물론 대형마트와 카페까지 아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기능성 식품을 앞세운 제약사와 식품 업계까지 뛰어들었다. 아침식사 대용식 전문 쇼핑몰까지 등장했다.

세계 시리얼 시장 2019년엔 46조원대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은 점심과 저녁 외식은 줄인 반면 아침 외식은 4년 연속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아침 식사를 위해 외식업체를 방문한 횟수는 총 125억회로 전년보다 3% 늘었다. 또 앞으로 9년간 7%가량 추가 성장할 것으로 NPD는 예상했다.

대표적인 아침 대용식인 시리얼 시장의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장조사 기관인 트랜스페어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는 2012년 325억 달러(약 35조1098억원)였던 전 세계 시리얼 시장 규모가 2019년에는 432억 달러(약 46조669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매년 4%씩 성장세를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침 대용식 시장에 주목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대부분의 외식이나 먹거리 산업이 성장 정체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유독 아침 대용식 시장은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 덕분이다. 특히 국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여겨진다. 바빠진 일상 탓에 ‘밥과 국’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식사 패턴을 고수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아침 외식이 보편화된 홍콩, 호주, 싱가포르 등의 맥도날드 아침 시간 매출은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아침 매출은 10% 선에 그친다. 한국맥도날드가 지난 17일 사상 최대 규모로 내셔널 브렉퍼스트 데이를 연 이유이기도 하다.

1 20일 이마트 서울 용산점에서 한 주부가 아침 대용식으로 나온 단호박을 살펴보고 있다. 2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한 직장인이 간편가정식(HMR)을 고르고 있다. 3 17일 한국맥도날드 종로 관훈점에서 열린 내셔널 브랙퍼스트 데이 행사 장면. [사진 각 업체]

대형마트·온라인 업체까지 군침
아침 대용식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서로 경쟁할 일이 없었던 이(異)업종 간 혈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업태는 다르지만 모두 성장 정체를 경험하고 있어서다. 아침 대용식 관련 매출 신장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형마트 업체인 이마트의 경우 유기농 시리얼 매출은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나 늘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샐러드 상품과 단호박의 경우 전년 대비 50.2~78%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아침 대용식 시장을 겨냥해 간편가정식(HMR) 판매 점포 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2010년 1월 서울역점에만 있던 간편가정식 매장은 현재 전국 50개 점포로 늘어났다. 덕분에 간편가정식의 매출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올 들어 2월 말까지 간편가정식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0%가량 신장했다.

편의점 업체도 아침 시장 한몫 잡기에 빠지지 않는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THE 커진’이란 브랜드를 론칭하고 기존 삼각김밥(110g)보다 용량을 36.4% 늘린 대용량 삼각김밥을 내놓았다. 출근 시간대에 간단한 요기를 위해 빨리 먹을 수 있는 삼각김밥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간파한 덕이다. 매출도 호조세다. 올해 초부터 지난 13일까지 대용량 삼각김밥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1.9%나 증가했다.

인터넷 오픈마켓업체인 옥션에서는 미숫가루건강식 분말이 인기다. 최근 한 달 동안 판매량이 45% 늘었다. 아침에 밥 대신 과일을 먹는 이들이 늘면서 간접적으로 재미를 보는 경우도 늘었다. 믹서기가 대표적이다. 옥션의 서호성 과장은 “과일을 얼렸다가 아침에 믹서기에 갈아 마시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올 들어 믹서기 판매도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소개했다.

맥도날드 야채 선호 한국인 입맛 겨냥
업체들도 발 빠르게 준비 중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야채를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감안해 최근 토마토, 양상추가 들어간 아침 메뉴인 ‘베이컨 토마토 머핀’을 내놓았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지난해 8월부터 바쁜 오피스족을 위해 서울 무교점과 여의도잡지회관점 등 시내 일부 점포에서 ‘조식 베이커리 뷔페’를 운영한다. 오전 7시30분부터 세 시간 동안 1인당 5000~7000원을 내면 따끈한 베이커리와 과일, 커피, 우유, 주스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무교점과 여의도잡지회관점의 뷔페 시간대 매출은 개점 이후 5개월간 45%나 늘었다. 엔제리너스는 사무실 밀집지역 점포를 중심으로 서비스 매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던킨도너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계한 ‘모닝 스타트업’ 모바일 앱을 통해 아침 메뉴 할인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 앱을 설치한 뒤 알람을 맞춰놓고, 모닝 알람을 해제하는 모닝 미션을 수행한 뒤 원하는 아침 메뉴를 선택해 오전 11시까지 던킨도너츠 매장을 방문하면 30%까지 할인된 값에 아침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뉴질랜드 단호박 협회도 아침 대용식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단호박에 복합탄수화물이 85% 이상 함유돼 있어 아침 식사로 적당하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웠다. 이 협회는 매주 웹사이트(www.freshdanhobak.co.kr) 등을 통해 아침에 먹기 좋은 단호박 요리법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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