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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으면 검사 불필요" vs "환자 삶의 질 높이는 조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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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위암을 제치고 국내에서 연간 신규 암환자 수가 가장 많은 암이 갑상샘(갑상선)암이다. 그런데 이 암을 찾아내기 위한 검사가 ‘긁어 부스럼’일 수 있다는 주장이 최근 의료계에서 제시됐고, 그에 대한 반론 역시 팽팽히 맞서 있는 상태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서홍관 박사를 비롯한 의사 8명은 최근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조직한 뒤 “한국인의 갑상샘암 발병률이 세계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고, 지난 25년 새 환자 수가 30배나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과다검사 탓”이라고 했다. 서 박사는 “일본과 갑상샘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은 엇비슷한데 환자 수는 일본보다 20배나 많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검사를 통해 얻는 이득보다 초음파 검사, 세포 검사, 수술, 수술 합병증, 평생 약(갑상샘 호르몬약) 복용 등 손해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갑상샘암 대가인 윤여규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갑상샘을 전공하지 않은 의사들의 주장이라 동의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윤 원장은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로 일할 때 연간 1200건가량의 갑상샘암 수술을 집도하는 등 이 분야의 권위자다.

갑상샘암이 상대적으로 순하고 착한 암이란 데는 양측의 의견이 일치한다. 윤 원장은 “1기 환자의 경우 98%가 10∼20년은 끄떡없다”며 “암이 재발하거나 폐·뼈로 퍼지거나 5년간 수술만 10번 받은 환자도 10∼20년 사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생존율은 높지만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 역시 갑상샘암의 특징이다.

목 주변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데도 양쪽 의견이 같았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는 사람이나 목에서 혹 등이 만져지지 않는 사람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견해가 갈렸다.

과다진단을 주장한 서 박사는 “무(無)증상이거나, 갑상샘에서 혹이 만져지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갑상샘암·췌장암처럼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상대생존율이 비슷한 암은 검사의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서 박사는 “갑상샘암 상대생존율은 100”이며 “갑상샘암 환자와 같은 또래 정상인의 생존율이 똑같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갑상샘 전문의들은 “혹이 만져지면 이미 늦은 것”이라고 본다. 일반인은 물론 숙련된 갑상샘 전문의라도 암 덩어리가 1㎝가량은 돼야 만져서 진단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비만인 사람은 암이 2㎝까지 자라도 밖에서 잘 만져지지 않는다고 한다. “갑상샘암은 증상이 원래 없다”는 것이 윤 원장의 설명이다.

갑상샘암 진단을 받아 수술로 갑상샘을 떼어내면 갑상샘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 여생을 갑상샘 기능 저하증 환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평생 갑상샘 호르몬약을 복용해야 한다. 서 박사는 “그냥 놔뒀으면 잘 지냈을 사람이 환자가 되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이중 손해”라고 한다.

반면 윤 원장은 “갑상샘 호르몬약 복용에 대해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딸이나 며느리가 임신하면 일부러 갑상샘 호르몬약 복용을 권하는 의사들도 있다. 갑상샘 호르몬은 비타민처럼 똑똑한 아기의 출산을 돕는다. 안색이 좋아지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대부분 갑상샘 기능이 떨어지는데 약을 보충하면 젊어지고 성기능도 개선된다. 게다가 값도 싸다.”(윤 원장)

그는 여성들의 갑상샘암 사망률이 낮아진 것도 조기 진단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갑상샘암이 과거엔 남성에겐 악한 암, 여성에겐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병원들이 여성들의 유방암 검사 때 서비스로 갑상샘암 검사를 추가로 넣어주면서 갑상샘암이 일찍 발견된 덕분이 크다는 것.

갑상샘암 전문의들은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의 최근 주장에 대해 별도의 반박 회견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 의사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인 자신들이 비(非)전문가와 논쟁을 벌여봐야 실익이 없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해 서 박사는 “갑상샘암 전문의는 치료 전문가이지 검사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병·의원에서 갑상샘암 진단을 위한 초음파 검사가 과도하게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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