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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이후의 스페인과 유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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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포르투갈에서 군부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서구는 희한하게만 여겼다. 그러나 민주화노력이 공산주의의 주도로 넘어가며 유럽 방위 망에 허점이 생길 위협이 대두되자 1년이 지나서야 서구국가들은 공동으로 경제원조를 준비하기 시작할 정도였다.
스페인은 포르투갈이 아니다. 그렇지만 스페인이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든지, 정치적으로 과격화된다든지, 서구의 안보이해와 어긋나는 외교정책을 취하든지 국내정세가 혼돈상태에 빠진다면 이는 포르투갈과는 견줄 수 없는 중대한 문제가 된다. 스페인마저 포르투갈과 같은 사태로 빠져든다면 이베리아 반도는 서구의 악몽의 전시장이 될 것이다.
스페인에 핵 잠수함기지와 수개 소의 공군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에 이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방위동맹을 맺고 있는 유럽에 대해서도 심각하다. 비록 스페인이 나토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그 외교정책은 나토와 보조를 같이 해 왔었다.
현재 유럽에는 세력균형이 흔들릴 소지가 여러 곳에 도사리고 있다. 남동부에는 키프로스 문제로 그리스와 터키의 냉전이 계속되고 있다. 티토가 내세우고 있는 유고슬라비아의 중립정책은 그의 사후 어떻게 될 것인가. 소련이 유고를 바르샤바 동맹에 끌어들일 가능성은 없는가….
이탈리아에서는 앞으로도 무작정 공산주의자를 정권에서 소외시킬 수는 없는 것으로 집권당 측은 예상하고 있다. 포르투갈 사태 역시 불투명하다. 이런 점만으로도 스페인의 장래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내정세가 불안하면 스페인의 외교정책 역시 불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 해-공군기지도 여러 곳>
스페인의 진로가 앞으로 수개월 안에 드러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내부적인 대립과 분열은 권력투쟁이 있고 나서야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포르투갈의 예와는 경우가 다르다. 포르투갈과는 반대로 스페인 군부는 정치 물이 들지는 않았으며 소모적인 식민지전쟁으로 분열돼 있지도 않다.
포르투갈 공산당이 친소적인데 비해 스페인공산당은 소련에 대해 비판적이다. 포르투갈이 낙후한 경제와 퇴폐 된 국토를 물려받은 데 비해 스페인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부의 분배가 고른 편은 아니지만 대중이 소외돼 있지도 않다. 바로 이러한 강점이 국내긴장을 완화하고 서구와의 유대강화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이다.
프랑코 정권은 주로 북구의 반대에 부닥쳐 유럽공동체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공산당은 소에 비판적>
그러나 미국이 비록 방위조약은 아니지만 기지사용 협약을 통해 스페인의 방위동맹으로부터의 소외감을 중화시켜 왔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유럽공동체에 가입할 길을 꾸준히 닦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얼마 전 바스크 분리주의자와 테러리스트에 대한 사형으로 좌절됐다.
그러나 프랑코의 별세로 이제 이러한 반발의 본질적인 대상은 없어졌다.
따라서 앞으로 서구의 정책은 『프랑코 이후시대』의 스페인을 나토와 유럽공동체에 수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스페인의 모든 세력들을 고무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도 서구국가들은 정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독「디·차이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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