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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품종혁신의 기수들(4)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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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근대농업의 추세는 전통적인 전분농업에서 탈피, 점차 단백질농업, 「비타민」농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국민소득이 5백「달러」를 넘어서면 동물성 단백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산은 이제 단순한 부업수단을 넘어 한차원 높은 종합식량의 하나로서 개발되고 있다.
74년 현재 우리의 1인당 GNP는 5백1「달러」.
곡물위주의 우리의 식생활도 이제부터는 점차 육류중심으로 달라져 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축산현황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모두 이 같은 수요증대를 뒷받침 할만한 능력이 있는지에는 의문이 있다.
74년 현재 주요가축보유 마리수는 한우가 1백75만 마리, 돼지는 1백82만9천 마리, 닭은 1천8백80만5천 마리.
이들 가축은 대부분이 퇴화된 재래종이다.
재래종으로서는 질 좋은 육류를 공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낮아 가축의 대량증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삼한시대 지금의 부여지방에서 처음으로 사육됐다는 돼지는 특별한 적응지가 따로 없이 광범하고 또 보편적으로 사양될 수 있어 다른 어떤 가축보다도 널리 보급돼 왔다.
그러나 손쉬운 사육에만 치우쳐 품종개량은 지극히 소홀히 했기 때문에 현재의 돼지품종은 세계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고 또 사육비도 매우 비싸게 먹히고 있다.
돼지의 품종은 그 용도에 따라 지방형(라드·타입), 가공형(베이컨·타입), 생육형(미트·타입) 등 3가지로 분류된다.
현재의 국내 돼지는 거의 대부분 「라드」 또는 「베이컨」「타입」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요구되고있는 것은 「미트」형.
체장이 길고 넓적다리가 충실하여 지방질과 살코기가 먹기 좋게 적당한 비율로 섞여 좋은 고기를 생산하는 형이며 정육율도 높다. 「미트」형으로 개량된 재래종은 국내에는 아직 없다.
「미트」형 원종을 도입, 이를 확대, 보급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미트」형 개량종은 재래종에 비해 고기 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사육비도 20%이상 절감되기 때문이다.
즉 ⓛ성장기간은 90kg 도달까지 재래종은 3백20일이 걸리나 개량종은 1백95일로 1백35일이 단축되고 ②새끼 생산수는 1회 7.8 대 8.8마리 ③사료요구율은 4.6 대 4 ④등지방 두께는 5.05cm 대 2.94cm의 격차를 각각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농촌진흥청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번식방법에 있어서의 개량은 최근 괄목할만한 업적을 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 육종번식연구관 설동섭 박사, 최광수·김웅배 연구관「팀」이 도입한 3원교잡법은 순종번식보다 19%나 경제성이 높다.
지난 73년에 착수, 금년 말로써「버크셔」「햄프셔」「랜드레이스」3순종을 6개 조합으로 나누어 3원교배시킨 결과 그 경제성은 순종번식에 비해 ①새끼생산은 9.5마리 대 8.8마리 ②90kg 도달일수는 1백79일 대 1백95일 ③사료요구율은 3.5 대 4 ④정육율은 67.68% 대 66.25% 비율로 높은 것이 확인됐다.
이들 연구「팀」은 또 3순종의 교잡에서는 「햄프셔」♂×(「버크셔) ♂×「랜드레이스」♀) 조합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증명됐다. 이 3원교잡번식은 이젠 연구기관을 넘어 용인 자연농원에 의해 대량생산, 일반에게 보급되고 있다.
용인농원은 「랜드레이스」♀과 「라지화이트」♂을 교배, 여기서 나오는 F-암컷에 다시「듀록」♂ 또는 「햄프셔」♂을 교배시키고 있는데 「랜드레이스」♀×「라지화이트」♂에서 나온 F-「랜드화이트」는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 대량 생산되는 개량종이다.
농촌진흥청 연구「팀」은 종돈부족으로 지금까지는 3순종에 의한 3원교잡방법만 연구했으나 내년에는 직접 용인농원을 시험기관으로 활용, 「듀록」의 성능을 검정할 예정이다.
종돈개량이 이처럼 경제적이고 따라서 현재의 모든 재래종을 시급히 개량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종돈도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편 용인농원에서는 산돼지와 집돼지의 교배시험을 실시 중에 있고 농촌진흥청 당국도 재래종(경남 사천산)과 개량종의 교배를 추진 중에 있어 돼지 품종개량사업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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