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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와 학련(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50년 6월25일-. 북괴의 남하이 강행됐다.
나는 바로 전날 포천너머 광산을 다녀왔다.
나는 그때 38선 부근「내시골」에 금광을 갖고 있었고, 5·30선거에 출마하여 다시 낙선, 그통에 진 빚을 갚기위해 광산엘 갔다.
그것이 바로 6·25전날, 38경비가 허술해 보였다.
전선은 사정없이 동요했다. 온종일 「라디오」를 귀에 대고 있다가 뛰쳐 나왔다.
거리엔 이미 북으로부터의 피난대열이 홍수를 이뤘다.
계동 인촌댁, 돈암동 전앙댁으로 달려가 봤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도 정부와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후퇴하는 군「트럭」을 보고 피난대열은 더욱 늘어갔다.
방송은 여전히 수도 서울을 사수해야된다는 녹음방송을 되풀이했다.
27일 아침, 견지동집 (나의 처가)으로 전국학련의 오홍석 양근춘 정진방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어서 서울을 떠나자고 했다. 나는 반대했다.
그러나 그들은 『경무대경찰서경비계장 이규형(전학련간부)한테 들으니 이대통령과 정부도 이미 수원으로 옮기고 철수명령이 내렸다』며 뒷일을 위해 우선 한강만이라도 넘자고했다.
나는 그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피난대열에 섞여 가까스로 강을 건넜다. 바로 한강교가 끊기기 3시간전의 일이다.
그러나 노량진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내가 그때 마침 첫 임신의 몸이라 옴짝달싹을 못했다. 할수 없이 노량진 동서집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새벽 2시반께, 땅을 가르는듯한 폭음이 터져 잠을 깼다. 원자탄이라도 터지는줄 알았다. 그때 바로 한강대교가 끊긴 것이다.
새벽같이 남행길을 서둘렀다. 그러나 아내 몸은 천근이나 되는양 움직이질 못했다.
마차하나를 전세내어 옮겨 실으려했으나 마부역시 『나도 살아야지요』하면서 거절했다.
아내는 『몰려다니다 떼죽음하느니 홑어져 갑시다. 당신은 앞서 가세요』하며 밀어붙였다.
눈물이 비오듯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경수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밀리는 인파, 북행하는 군차량에 걸려 한나절을 걸었건만 시흥도 못갔다. 이때 누가 불러 바라보니 우택환(학병동기이며 학련간부) 이 「트럭」에 타고있지 않은가. 「트럭」위에는 오홍석 양량춘등 학련간부들이 타고 있었다.
우동지는 당시 용산경찰서 학사경감으로 경찰장비를 수송중이었다.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으나 정부가 곧 대전으로 옮겨 곧장 남하했다.
대전에 도착하자 충남학련의 최극 오지수 박찬문 배광석 이현덕 정화식 안석규 김윤식 유상렬 강희갑 조항구 송석린등 50여명이 반겨주었다.
나는 곧 은행동 대흥여관에 학련임시 합숙소를 만들고 학도의용군 창설에 나섰다. 밤새워 신문지·갱지등에 수백장의 격문을 써 요소 요소에 붙이고 백만학도의 총궐기를 호소하는 방송을 했다.
학련동지들이 속속 집결했다. 그들은 최극동지를 필두로 모두 혈서로 쓴 군 지원서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국방부로 이선근정훈국장을 찾았다. 나와 동지들의 군지원을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국장은 『무기도 없고 급식도 어려워 기존부대의 재편성도 어렵다. 적은 이미 신탄진을 육박, 대전을 넘나 본다』며 완강히 거절했다.
그러면서 『대구에서 만나자』며 학병인솔증만을 써주었다.
나는 최극동지등 3백여명의 학도지원병을 대구로 보내고 조병옥 김병로 김도연씨등과 함께 구국총연맹을 결성했다.
조박사는 그때 야인의 몸, 그러나 군복에 「헬멧」까지 쓰고 이리뛰고 저리뛰는데 그의 모습만 봐도 마음이 든든했다. 당시 내노라 하는 고관들은 우선 안색부터 변해 정황이 없었다.
우리는 민심수습을 위한 강연회를 열고 피난민 구호대책에 나서는등 선무공작에 온 힘을 쏟았다.
그즈음 정부가 전주로 옮긴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나는 동지 몇사람과 이시영부통령 김병로 김성수 김도연씨등을 모시고 전주로 갔다.
전주는 내가 자란곳, 잠시 집에 들러 할머니와 아버님을 뵙고 함께 떠나자고 하니 선영을 지켜야 된다며 어서 나만 피하라고 했다.
전북지사 관사에 들르니 이게 웬일인가. 『정부가 대구로갔다』며 떠날 채비로 부산했다.
다시 대전으로 돌아온 나는 대구행 열차를 타러 대전역에 나갔다가 거지차림의 내 아내와 장모를 만났다.
노량진에서 헤어져 죽은줄만 알았던 아내를 극적으로 다시 만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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