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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조건의 개선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출의 수량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의 악화 때문에 국제수지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동안 자주 논의되어온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점을 발견치 못하고 있다.
70년의 교역조건을 기준으로 해서 75년8월 현재의 상품교역조건은 66.5「포인트」로 떨어지고 있다 하므로 지금과 같은 속도로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수출증가가 국민경제나 국민후생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겠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교역조건의 악화경향이 과연 불가피했던 것이며, 국내정책으로 시정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냐 하는 원인규명이 서둘러져야 할 것이다. 종래와 같이 수출액만 높이면 족하다는 생각으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국제수지의 장기대책이란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선 교역조건이 74년과 75년에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를 객관적으로 밝혀야만 교역조건 개선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교역조건의 결정요인으로서 흔히 제기되는 요소는 교역 당사국간의 생산성 향상율의 차이, 물가상승률의 차이를 들 수 있으며, 이를 매개하는 변수로서 환율이 조정요인이 된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74∼75년의 교역조건 악화를 이들 세 가지 요소로 구분해서 일단 평가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염려되는 문제점은 국내 물가상승률이 우리의 주종 수출지역인 미국·일본의 물가상승률과 너무나 엄청나게 차이를 보이고 있어 수출「덤핑」이 일시적으로 가능해진 것이 아니냐 하는 사실이다. 원래 국내 물가상승으로 내수이윤이 높아지면 수출단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일시적으로 생기는 것이므로 수출독려와 그것이 결합될 소지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수출여건이 어려워짐에 따라서 수출독려가 강화되고, 그 때문에 수출적자를 내수가격 인상으로 「커버」하는 악순환은 결국 교역조건의 악화와 국내물가의 상승이라는 일착의 손실을 자초하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그러므로 단기적 차원에서의 수출촉진이 교역조건의 악화를 통한 장기적인 수출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순을 시정해 나가야 한다.
교역조건 결정의 또 하나의 요소라 할 생산성 격차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순수한 기술적인 생산성의 향상은 물론 자본투자 없이는 기대키 어려운 것이나 이는 산업정책과 관련되는 것이므로 단시일 안에 해결될 수 없다. 그렇다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기본조건을 해결치 못하고서 기본적인 교역조건의 개선을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산업정책적인 측면에서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요청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주요 수출상품의 평균수명이 매우 짧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말해서 산업정책의 단견에 기인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경기침체에 따라서 신축적으로 수입이 조절될 수 있는 상품수출에 주로 의존하는 나라의 국제수지가 오늘날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교역상대국의 수입추세에 비추어 비탄력적인 상품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경기에 가장 허약한 수출구조를 극복할 수 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제수지가 안고있는 기본적인 결함은 수입 면에서 비탄력적인데 반해서 수출 면에서 탄력성이 너무 크다는 데 있는 것이며, 그 때문에 수입원자재가격 상승을 수출단가의 인상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젓이다.
만일 생산성 격차의 해소나 수입「코스트」상승의 수출전가가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라면, 교역조건의 악화에 대비하는 국내적 수단은 저성장·저소비를 기조로 하는 국내물가억제책의 강화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 것이다. 이 점 정책은 깊은 검토를 통해서 장단기대책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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