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제개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77년부터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아래 내년 중에 또다시 세제를 개혁하기로 했다 한다.
현대국가의 기능은 고전파의 경제관과는 달리, 시일이 갈수록 그 영향력을 국민생활의 구석구석에까지 확대해가는 추세에 있으므로 그렇지 않아도 팽창되는 재정팽창경향이 더욱 촉진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72년의 총조세수입이 5천억원 정도이던 것이 76년에는 2억원 수준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팽창률을 시현하고 있다.
조세수입증가율은 74년 56.6%, 75년 42.5%, 76년 35.7%로 모든 경제지표상승률을 앞지르고 있으며,조세부담률도 17%에 이를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우리의 조세부담률 17%는 일부 복지국가 국민들의 담세율 35% 수준에 비하면 아직도 그리 무거운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나 실효 조세부담률이 16%를 넘어서면 조세저항현상이 일어난다는 연구결과에 비추어 볼 매 조세부담률 17%를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일부 이른바 선진복지국가의 경우라 할지라도 실업수당, 연금지급, 각종 사회보장급부, 보조금 등 재정자금의 대 민간 직접이전지출을 고려한다면 민간자금의 대 정부 순이전규모가 17%선을 넘는 경우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평면적인 조세부담률만을 가지고 세부담의 경중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경우일수록 제정자금의 대 민간 직접이전율이 높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대 민간 이전이 무시할 정도로 낮은 우리의 재정구조를 고려해서 세제개혁의 기본구조나 성격을 검토해야 하겠다.
정부의 세제개혁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있는 지금, 이를 논평하기는 이르나 기왕 세제를 개혁키로 한 것이라면 그 기본성격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선 세제개혁의 명분이 무엇이든 그 결과는 반드시 증세로 통하는 것이 어느 나라의 경우에서나 공통적인 현상이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조세의 업종별·계층별 부담안배문제가 현실적으로 신중히 연구되어야 한다. 명목적이거나 통계적인 근거만을 따져서 소득별·계층별 세부담율을 계산, 그 공평성이나 세수예측을 한다면 75년의 경우와 같이 세목별로 예산과 결산이 엉뚱하게 빗나갈 공산은 커지기만 할 것이다.
마음으로 부가가치세제의 도입은 우리와 같은 「인플레」경제 하에서 서두를만한 가치가 있는지에도 의문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사회회계제도의 신뢰성과 「인플레」의 가속작용은 특히 우리의 경우 주의해야 할 문제점이다. 우리의 기업관행과 상관습으로 보나 또는 국세행정기술로 보나 부가가치세제가 오히려 불공평과 재량행위를 확대시킬 여지는 없을 것인가.
또 지속적인 「인플레」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체질에서 부가가치세제가 「인플레」를 더욱 가속시킬 염려는 없는 것인가. 신중히 검토해서 그 도입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소득세 분야, 특히 갑근세 분야에서 「인플레」가 실질소득을 감축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 세부담만을 가중시켜 이중의 고통을 근로자에게 주는 연내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번 세제개혁은 단안을 내려야 할 줄로 안다.
물론 77년 이후에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5% 미만으로 억제된다고 주장하면 반론이 있을 수 없으나, 과거 30년간의 물가사에 비추어 볼 때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장 재산형성정책이라는 미사여구 보다는 실질가처분소득을 해마다 증가시킬 수 있도록 세제가 적극적으로 배려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다.
76년의 세제개혁은 종래와 같은 세법조문 조정의 성격이 되는 것보다는 세제의 현실감각 도입이라는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