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갑상샘암 세계 1위, 과잉 진단·수술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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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9일 의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가 공개한 갑상샘암 통계는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2011년 한 해 4만 명 가까운 사람이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는데 이는 인구 10만 명당 81명꼴로 세계 1위의 발생률이다.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고 의료가 사회화된 영국의 17.5배, 의료가 상업화된 미국과 비교해도 5.5배에 이른다. 뭔가 석연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의사연대는 “환자의 90% 이상이 과잉 초음파 검사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사능 누출사고 등 갑상샘암을 대량으로 일으킬 만한 요인이 없었는데도 이런 것은 병원들이 건강검진 수입을 올리려고 과잉 초음파 검사를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갑상샘암 발생률은 세계 1위인데도 사망률은 84위다. 별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남발했다고 의심할 만한 통계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과잉 진단’과 ‘과잉 수술’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신체·심리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암 수술은 부작용도 적지 않으며 갑상샘을 제거하면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암 진단 자체로도 환자와 가족들에게 불안감과 부담을 안긴다. 게다가 ‘과잉 의료’는 국민의료비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2012년에는 24만 명의 갑상샘암 환자가 약 2500억원의 건강보험 진료비를 썼다는 통계가 이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의사연대와 달리 외과의사들은 악성인 미분화암이나 임파선 전이가 있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수술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충분한 자료와 의학적 근거를 확보해 갑상샘암에 대한 진단·치료 기준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별도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작은 암은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환자 복지와 국민의료비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