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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과 호화주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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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동숭동, 옛 문리대자리를 놓고 『연소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제비는 익조의 하나라서 좋은 뜻인 것도 같지만, 풍수설에선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잠시 묵었다가 가는 곳이 제비집이다. 안정성이 없는 뜨내기 생활의 터전이란 뜻으로 해석하면 그럴싸하다.
풍수야 어찌 되었든, 그 자리를 호화주택촌으로 할 것이냐, 공원으로 할 것이냐는 물어볼 나위도 없을 것 같다. 판단의 기준이 문제인데, 그것은 당연히 시민의 편에서 시비를 가려야 하지 않을까.
호화주택을 지을만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명당자리를 물색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호화주택들을 굳이 4만6천여평의 대지에 지어놓고 얼마나 호화스러운가를 외국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으면 모른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호화주택보다는 공원을 보여주는 편이 더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런 판단의 기준을 「시민의 편」에 둔 것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자는 의미도 된다.
『아테네 헌장』이라는 것이 있다. 1933년 「프랑스」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주도한 「아테네」에서의 근대건축가국제회의에서 채택되었다. 이것은 근대도시의 기능을 정의한, 말하자면 「도시의 헌장」이다. 도시가 도시의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거주·노동·위로·순환 등 네 가지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이 헌장은 명시했다.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은 오늘날 거의 이런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공원의 설계와 보존이다.
「런던」의 「하이드·파크」, 「뉴요크」의 「센트럴·파크」, 「파리」의 「콩코르드」광장 등은 모두 한가한 교외 아닌 도심에 밀착되어 있다.
그들 도시라고 땅을 팔아 재정을 조달하는 방법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공원의 보호와 유지에 더 많은 열의를 갖고 있다.
영국은 1848년에 이미 공중위생법이라는 것을 제정했다. 이 법은 거주환경의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햇볕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이른바 「콘크리트」밀림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숨통을 터주려는 법이다.
공원의 효용은 다만 경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닫혀진 도시, 단절된 생활 속에서 시민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를 부담 없이 제공하는 의미도 적지 않다.
이제 당국은 다수를 위한 이익과 소수를 위한 이익에서 양자택일을 할 마지막 결정에 직면해있다. 현명한 판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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