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분쟁 틈새서 소련 편든 월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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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지반도의 적화이후 남북 「베트남」의 통합기운이 성숙해지는 것과 때를 같이해 중공과 소련에 대한 이들 단일세력의 향배가 주목을 끌어왔다.
미군의 동남아철수로 빚어진 이 지역에서의 힘의 공백상태를 둘러싼 중·소간의 치열한 경쟁은 최근 일련의 방문외교로 그 윤곽이 차차 드러나고 있다.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 「레·두안」 월맹노동당 제1서기와 「브레즈네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의 회담 후 발표된 양국공동성명은 월맹이 소련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분명하게 해주었다.
이 공동성명을 검토한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월맹이 동·서 화해를 위한 소련의 노력을 지지」한 것으로 분석, 중공의 대인지외교가 실패했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지난 9월말 북경을 방문했던 「레·두안」은 중공으로부터 경제원조를 얻어냈으나 공동성명이 없었다는 것은 중공과 월맹간에 뚜렷한 의견차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등소평 중공부수상은 환영연에서 소련을 겨냥, 전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초강대국이라고 비난했으나 「레·두안」은 유독 미국만을 제국주의로 비난했을 뿐이었다. 이와 같은 「하노이」·북경간의 견해차를 소련이 자축했으리란 짐작은 어렵지 않다.
「브레즈네프」는 「레·두안」을 맞아 소련이 장기적으로 「하노이」와 「사이공」의 개발계획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의했다. 「레·두안」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중공이 「불안정한 회의」라고 매도한 「헬싱키」회의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해 「브레즈네프」를 만족시켰다.
이것은 「모스크바」가 추구하고 있는 동·서 화해정책이 「마르크스-레닌」주의에 합당하다는 것을 「하노이」가 인정한 것이 된다.
중공이 남지나해 해상의 군도에 대한 영유권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 했다는데도 월맹의 대소선회의 배경이 된다고 「르·몽드」지는 지적했다.
그렇다고 인지반도가 완전히 소련의 영향권에 든 것은 아니다. 또 소련이 「베트남」의 재건과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하겠다고 해도 『「베트남」화된 사회주의건설』일뿐임은 명백하다고 이 신문은 결론지었다. <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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