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 인천정유 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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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위기에 몰렸던 인천정유가 기사회생해 본격적인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인천지법 파산부(재판장 이동명 부장판사)는 25일 인천정유가 제출한 회사 정리 계획안을 일부 수정해 인가했다. 이에 따라 인천정유는 청산 절차를 일단 피하고,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면서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수.합병 추진 상황을 1년간 지켜본 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파산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정유가 국가 기간산업으로 중요성이 크고 인천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파산될 경우 대량 실업 사태와 연쇄 도산 사태가 불가피해 계획안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산업은행 등 몇몇 채권자를 제외한 다수의 채권자가 정리계획안이 인가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채권자.주주.협력업체.종업원 등 이해 관계자들의 전체 이익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정리계획안이 인가됨에 따라 정리담보권을 가진 금융기관 대여채무의 경우 산업은행은 12.5%를, 다른 은행은 35%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006년부터 6년 간 분할 변제하게 된다. 또 정리채권 가운데 금융기관의 대여채권은 70%를 출자전환 하도록 했다.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인천정유는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지만 업계는 회생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국내에 매일 50만배럴의 석유가 남아도는 공급과잉 상태에서 시간을 더 줘봐야 경쟁력이 없는 인천정유가 독자생존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생산 시설만 있고 자체 주유소가 없는 인천정유는 지난해 7월부터 현대오일뱅크가 판매 대행을 중단하면서 판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 1천4백9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자 매각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정유는 2001년 9월 부도 이후 줄곧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부채가 2조6천억원에 이르는 데다 시설이 노후해 번번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국내 정유사들도 처음에는 인수에 관심을 가졌으나 지금은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이에 대해 인천정유 관계자는 "법원의 인가결정이 내려진 데다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매각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유의 자산은 1조7천억원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1조7천9백40억원, 시장점유율은 4.7%였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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