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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 아랑곳없는 「노익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청명한 가을하늘아래 백발을 휘날리며 질주하는 할아버지·할머니의 대열이 서울의 도심을 누볐다. 연륜에 아랑곳없이 건강생활을 과시하는 노익장 잔치였다.
제2회 남녀노장 장거리육상선수권대회겸 제1회 한·일 친선 경주대회가 19일 서울운동장에서 손자·며느리·아들·딸들의 열렬한 성원속에 벌어진 것.
이날경기는 5㎞와 10㎞ 두종목을 40대, 50대, 60대 및 70대로 각각 나누어 거행되었고 할아버지와 손자의 계주도 벌어졌다.
한국노장 「마라톤」협회(회장 김은배)가 노후의 건강관리에 뜻을 두고 일본노장강선수 16명이 출전한 가운데 개최한 이 대회는 기록과 입상보다 온가족이 한덩어리가 되어 펼치는 열띤 응원속에서 인간만세의 흐뭇한 정경을 연출했다.
10㎞ 경주는 서울운동장∼종암동 「로터리」왕복「코스」에서 벌어졌는데 50대의 김배근씨가 41분55초의 뛰어난 기록으로 우승했고 40대인 일본의 「무라우에」(촌상) 씨가 42분12초로 두 번째 「골·인」했다.
48명의 할아버지가 출전한 이 10㎞「마라톤」에서 놀랍게도 한명의 기권자도 없이 전원 완주, 관전객들을 경탄케 했고 5㎞경주에서도 1위와 최하위가 15분이나 차이가 났지만 역시 도중탈락자는 한명도 없었다. 5㎞여자부 경기에는 9명의 할머니가 출전, 노익장을 과시했으나 아무래도 할아버지들에겐 역부족으로 기록이 많이 뒤졌다.
이날 출전선수중 최고령자는 74세의 손노장옹. 함경도 출신으로 씨름·축구·유도등 안해본 경기가 없다는 송옹은 10㎞경주에서 「골·인」지점을 눈앞에 두고 기진맥진, 가족들과 관중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서울운동장 「트랙」을 12바퀴반도는 5㎞경기 남자부에선 40대의 임인호씨가 20분7초로, 여자부에선 51세의 조복실선수가 26분24초로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노장 「마라톤」은 60년대 초반 서독을 비롯한 「유럽」지역에서 시작, 선풍적인 관심을 모아 참여인구가 급증했는데 지난9월15일 일본동경교외에서 열린 세계대회에는 22개국에서 무려 3천여명이나 참가, 성황을 이뤘다. 한국에서도 작년에 노장「마라톤」협회가 결성, 전국적으로 보급이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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