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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과 내면성은 예술의 양축|예술원, 『현대 예술의 사회성과 내면성』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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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의 예술은 사회의 다양한 변화와 발전 속에서 그 사회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은 본래 내면성의 소산이며 사회성만의 강조는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예술원 (회장 박종화)은 21일부터 23일까지 무역 회관에서 『현대 예술에 있어서의 사회성과 내면성』을 주제 로 「아시아」예술 「심포지엄」을 열고 그런 문제들을 토의한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일본·「터키」·미국·인도 및 「에이레」의 예술인·학자가 참석한다.
다음은 주요 주제 논문들의 요지.

<문학>
▲박영준 (작가·연세대 교수)=문학이 인간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추구하느냐 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인간의 본질은 외부 조건에서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내면성에서도 추구해야 한다.
즉 외면과 내면 두 가지를 함께 추구할 때 비로소 인간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이 어디까지나 현실에 입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한국의 근대 문학은 사회성만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러한 경향으로서 두 가지 상반된 문학적 흐름이 생기게 됐는데 그 하나는 문학인은 사회 참여를 해야하며 참여 없는 문학은 문학이 아니라고 보는 측과 다른 하나는 정치나 사상에 관여할 것 없이 순수한 문학을 해야만 진짜 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측이다.
이것을 문학의 내면성과 현실성으로 본다면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것 없이 양자의 조화만이 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 개체로 보면 가혹한 소련의 현실 사회가 「솔제니친」과 같은 우수한 작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며 문학에서의 정신적 내지 심리적 전개의 성공으로 「스탕달」에서 「프루스트」까지의 찬연한 문학 세계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결과일 뿐 근본적으로 문학의 방법은 사회성과 내면성의 존재를 함께 인정하고 조화시키는데서 문학의 정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
▲이순석 (조각가)=「프랑카스텔」의 주장처럼 사회의 발전 척도는 예술이 가장 예민하고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는데에서 현대 예술의 의의를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현대 예술은 대중을 의식치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발적 창조력이 끊임없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중 취향과 기대에 알맞는 예술이라면 마치 인기 가요의 투표 방법으로 그 길을 쉽게 습관적으로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예술을 하나의 고정 가치관에 묶어 놓을 때 그 사회의 능률적 발전과 함께 인간 본래의 인성을 억제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 즐기는 사람이 아닌 허수아비들만의 사회가 되고 만다.
사회가 예술의 발전적 가치를 인정할 때, 또는 그 힘을 의식할 때 비로소 예술과 대중은 공존·공감하게되고 인간적 생활태가 가능하다.
현대 예술에서 그 사회성과 내면성은 구별될 수 없는 오늘날의 예술의 내실인 것이다.

<음악>
▲김용진 (서울대 교수)=흔히들 현대 음악은 도시 이해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특히 1950년대 이후의 음악은 더욱 혼미한 상태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세계가 유기적으로 발전함에 따라서 각가지 개념에 의한 예술이 뒤섞여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세계는 양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일원적인 진리로부터 다원적인 진리와 실재로 분화되었다. 예술도 사회의 한 현상으로서 이런 다원화로부터 제외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제임즈·애커먼」은 저서 『양식의 이론』에서 반드시 『한개의 예술 양식이 소멸한 뒤에 다른 양식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옛 양식과 새로운 양식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으며 서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고 설파했다.
현대 음악의 가치·이해·사회성을 논하는데 있어 20세기 이전의 음악과 비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 당시와 현대와는 시대 정신과 사회 배경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연극>
▲여석기 (영문학·고대 교수)=연극과 사회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다른 예술에 비해 사회성이 강하다.
연극의 성립 조건 자체에 내재하는 사회적 성격과는 별도로, 연극은 「시대의 기록자」(셰익스피어)로서 인간대 사회라는 축에 의해서만 성립되는 인간적 요인을 또한 포함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관계는 연극이 어떤 연극 외적 의도를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문제는 작가가 파악하는 「리얼리티」의 사회성을 우리가 쉽사리 속단할 수 없다는데 있다.
어느 작품 또는 작가에게 사회성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는 그가 다루는 소재의 성질이나 현실적 의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내재적으로 그가 대결하는 「리얼리티」에 진보성이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아가 작가와 사회, 공연과 관객의 상호 관계 등 매우 미묘한 함수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연극에 있어서의 사회성과 내면성을 이원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는데 이것은 정정되어야만 한다. 광의의 사회성은 연극 예술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기본적 특성이다. 문제의 핵심은 예술가가 「리얼리티」를 진실하게 추구하는데 성공했느냐에 달린 것이지, 사회성을 살리기 위해 내면성이 줄어들었다든가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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