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간 TV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는 공영방송제도와 상업방송제도를 동시에 채택하고있다.
한국의 방송이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진통을 겪는 이유는 근시안적 방송정책과 제도의 원래적인 정신을 무시한 임기응변적인 운영때문이다.
○…「주택복권추첨」(금요일)은 시청자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숙명적인 생활철학에 합법적인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실밖에 하는 것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복권추첨이란 합법적인 도박에 불과하다. 「호텔」「카지노」에서의 도박이 합법적이라해서 어린이들에게 권장할 수 없는것과 같이 복권추첨이 합법적이라해서 어린이가 가장 많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방송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방송의 효과와 영향에는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효과가 있고 직시적·영향과 우회적 영향이 있다. 방송으로 전파되는 「커미디언」의 비어나 퇴폐가요가 역기능적 효과를 직시적으로 발생시킨다면 「주택복권추첨」과 같은 합법적 도박의 방송은 판단능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가치형성에 불필요한 혼란만을 야기할 것이다.
○…어린이에게도 오락은 필요불가결하다. 방과후 어린이들이 시청하는 TV「프로」가 모두 교육적「인지」효과를 높일 목적으로 제작된 막막한「메시지」로 구성된다면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기피·외면하려 들것이다.
그러나 한국TV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황당무계한 모험을 소재로한 미국산 낭만영화로 압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징거Z』『서부소년 차돌이』『유성가면 피터』(이상MBC) 『우주 삼총사』『똘똘이 탐험대』(이상 TBC) 등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이들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미지의 세계로 유도할 수도 있다고 강변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계속하여 이런 「프로그램」을 수용할 때 현실과는 거리가 먼 가공의 세계에 빠져 현실과 허구를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를수도 있다. 가공의 세계를 그려주는 경우에도 어린이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부차적 학습을 통해 인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한국의 어린이가 미국만화영화의 주인공과 자기를 일치시키며 현실과의 심리적 거리를 멀리할때 한국어린이로서의 주체성을 형성하기는 어렵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