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장 위대한 삶이란 후회 없는 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숱한 인생들이 이 땅에 왔다가는 사라진다.
올 때에는 예고하고 왔으나 갈 때에는 아무 예고도 없이 가곤 한다.
사도 「베드로」는 아침에 풀 포기에 맺혔다가 사라지는 이슬 같다 하였다. 그런데 나그네, 혹은 이슬과 같은 생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지난 4월 우리의 우방이며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던 월남이 불행스럽게도 30년의 긴 전쟁 끝에 공산군에 백기를 들고 항복하고 말았다. 그때에 「사이공」대 사대 철학과에 재학중인 「레티탕」은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천치의 얼굴 같은 흰 깃발 위에 마지막으로 쓰고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후회라는 말이다』라고. 후회라는 그 단어는 현재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라 이미 지나간 과거를 말한다.
이 땅에 가장 위대한 삶을 한자가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영웅이나 호걸·미인이 아니라 후회 없이 살아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세기의 영웅 「나폴레옹」도 「유럽」의 천지를 짓밟고 주위 강국을 호령했지만 「워털루」 전쟁에서 참패한 후 대서양의 작은 섬 「센트헬레나」에 유배당하고 말았다.
자기의 몸이 점차 쇠약해져 감을 알고 불가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비로소 인간의 무상함을 깨닫고 과거를 깊이 후회했던 것이다.
자살로 막을 내린 「히틀러」·「시저」·「폼페이우스」·자기 목숨을 자기 손으로 끊은「안토니우스」, 이들은 모두가 한때 영웅들이었지만 말년에는 한결같이 삶을 후회하면서 숨을 거둔 자들이다.
성서 (「갈라디아서」 6장 9절)에는 『스스로 자기를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고 하였다. 존재란 것은 순간적이요 잠시후면 존재하였다는 과거사가 되고 만다.
33세의 청년의 몸으로 「갈보리」 언덕에서 인류의 속죄를 위해 피 흘리고 돌아가신 「예수그리스도」도 그의 생은 짧았으나 그는 이 땅에 오셔서 할 일을 다하시고 후회 없이 가신 분이다. 오늘도 그가 남긴 위대한 교훈은 오고 오는 인류 역사에 새벽 하늘의 별같이 빛나고 있다.
「예수그리스도」의 위대한 정신을 받은 「다미엔」은 나병 환자들이 우글거리는 「몰로카」섬에 가서 나병 환자들의 친구가 되며, 그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다간 예수님의 제자 「다미엔」은 생을 마치면서 친구에게 『나는 후회 없이 살다 가노라』고 서한을 보냈다.
짐승은 죽어도 남기는 것이 없지만 사람은 죽어서 명예를 남긴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실 때에는 목적이 있어서 보내신 것인데 그 목적은 바로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다. 이제 우리의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길든 짧든, 남은 우리의 후회 없는 삶이 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