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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수서장·세관장 등의 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밀수 왕국의 오명마저 낳게 했던 여수지구 대규모 밀수·폭력 조직과 그 배후 세력 소탕 작전은 15일 검찰이 전 여수서장·세관장 등 11명의 관련 공무원을 구속함으로써 일단락 된 것 같다.
이로써 특별 수사 본부는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지 월여 만에 밀수 두목 허봉용 등 81명과 추가 구속자 62명을 포함, 모두 1백43명을 검거함으로써 밀수·폭력 조직 및 그 비호 세력까지를 완전히 뿌리뽑게 된 셈이다.
검찰 당국의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또다시 이 같은 무법 천지가 생겨나는 일이 없도록 모든 범죄 조직과 이와 「검은 관계」를 맺는 비위 공무원에 대한 발본색원책을 세워주기를 기대한다.
모든 사회악은 그 근원을 뿌리 뽑는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일관성 있는 강력한 단속과 제재가 뒤따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여수지구의 밀수·폭력 및 그 배후 세력의 붕괴로 밀수 근멸의 기틀이 잡혔다고는 하나, 밀수 조직은 여수만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사회의 안녕 질서를 해치고 시민 생활을 위협하는 암흑 집단은 밀수 조직 이외에도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우기 사회의 내적 허점이나 인간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오늘날 사회의 여러 단층에 기생·발호 하는 범죄 조직의 규모와 수법은 날로 지능화·대형화해 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책도 더욱 고도화·과학화 돼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모든 범죄 조직과 또 이들과 결탁할 우려가 있는 배후 세력의 배경들을 낱낱이 파악하여 꾸준히 그 발본색원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절실한 것은 첫째로 수사 경찰력의 강화라 할 수 있다.
치안 태세가 허술하고 경찰력이 미흡할 때 범죄 조직은 날뛰며, 단속이 소홀한 틈을 타서 범죄는 독버섯을 피운다는 것은 이번의 여수 사태가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하겠다.
특히 이번 사건의 교훈은 밀수 조직의 단속 기관인 경찰 간부 중에도 음양으로 그들 범죄조직과 결탁한 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며 또 현지 세관이나 검찰에서도 이를 묵인하는 등 모두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그 지역이 밀수 왕국이 안될 수 있겠는가. 밀수 두목이 사회 유지로 행세하는 「난센스」의 배후는 실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점에서도 관계 비위 공무원들에 대한 처단은 밀수 조직을 이끌었던 수괴 못지 않게 엄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모든 범죄를 다스리기 위해 존재하는 현지 경찰의 책임자인 서모 전 여수서장이 수사 활동의 진두 지휘는커녕 오히려 다른 단속 기관의 조사까지 압력을 넣어 방해했다는 사실은 경찰 전체의 명예를 결정적으로 더럽힌 소행이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그가 자신의 관련설을 보도한 취재 기자들에게 은근한 위협을 하는 등 적반하장 격인 태도를 취했다는 사실이다.
그에게는 일벌백계식 엄벌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땅에 떨어진 경찰의 위신을 높이기 위한 대담한 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으로 믿는다.
이 기회에 되풀이해서 강조해야할 것은 모든 조직 범죄에 대한 어김없는 검거와 엄벌주의의 지속이다. 조직 폭력범은 반드시 잡히고 만다는 실증을 보이고 이들 반 사회 분자들에 대해선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야하고, 그런 범죄로 모은 재산은 모두 몰수하는 준엄한 제재가 필요하다.
끝으로 사회 교육적 노력에 의해 우리 사회의 정신적 풍토를 개선하여 정직하고 성실한 사회 기풍을 진작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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