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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준 낭자군의 퇴조|양팀 감독이 밝힌 문젯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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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수준에 육박하여 한국「스포츠」의 등불이 되었던 여자농구와 배구가 올해 하반기 들어 각종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저조, 큰 충격을 던졌다. 세계「랭킹」2위까지 올랐던 여자농구가 지난 9월의 「콜롬비아」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에 참패, 5위로 전락했고 여자배구도 지난 6월「프리올림픽」에서 사상최초로 일본을 꺾어 잠시 기염을 토했으나 그후엔 참패를 거듭하다가 이달 들어 「유니티카」단일「팀」에도 패하는 난맥을 보였다. 한국여자농구와 배구가 안은 문제와 그 개선책은 무엇인지 양 「팀」감독에게 직접들어본다.<편집자 주>

<여자농구>
지난63년「체코」제4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스포츠」사상 처음으로 구기종목의 준우승을 차지해 각광을 받은 한국여자농구는 이제 상위국에서 하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동안 남자농구의 왕국들인 미국과「이탈리아」등은 여자농구에 별로 힘을 써오지 않고 「레크리에이션」정도로 즐겨왔다.
그러던 것이 「몬트리올·올림픽」에 여자농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체력과 신장이 좋은 이들이 집중훈련, 전력을 강화한 반면 한국의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릎을 꿇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한국대표「팀」의 이경재감독에 따르면 한국은 너무나 해외정보에 어두웠다는 것이다. 박신자·김추자·김명자·황선애·조영순등「스타·플레이어」들에 의지해온 한국은 이제「스타」부재와 함께 한계점에 도달해있다.
반면에 구미각국은 개인기와 「스피드」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어 한국은 고전을 면치못했다는 얘기다. 한국은 이제까지 수비에 있어 지역방어를 전가의 보도로 삼아왔는데 개인기를 바탕으로한 장신선수들의 속공앞에 신장이 적은 한국선수들의 이 방어는 효과적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일전의 치욕적인 27점차의 참패는 작전상의 차질도 있지만 실력의 차이로 어쩔수 없었다고.
일본은 은퇴상태에 있던 「와끼다시로·(협전대·27) 「사다께」(좌죽·27) 「야마모도」(산본·27) 등을 재기용해 총력전을 폈다.
반면에 한국은 금년들어 조영순 조영자 김재순 유쾌선 윤정노등이 은퇴 혹은 사퇴로 급작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어 전력의 약체를 면치 못했다는것.
이같이 한국은 이번대회서 제종의 경보를 들었지만 나이 어린 강지숙 조영난 박찬숙등 장신선수들의 가능성이 엿보여 79년 서울서 열리는 제8회 세계선수권대회서는 좋은 결실을 맺을수 있으리라는 것이 이감독의 말이다.

<여자배구>
한국여자배구가 「멜버른」아주선수권대회 이래 숙적일본에 연전연패하자 일반적으로 나도는 얘기의 초점은 선수들의 장신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소련등 공산국가에는 비할것도 없고 일본대표 「팀」보다도 평균신장이 약4㎝나 작은 1m70㎝정도밖에 안되는 「핸디캡」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여자배구대표「팀」감독 석태환씨는 『나는 이 신장문제를 한국여자배구의 결정적 하자(하자)로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14일 대표선수단 해단식에서 김명환단장이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정신적인 유약성인 것이다.
올들어 수차례 일본과 대전한 경험에 따르면 우리가 기술적인 면에서는 조금도 뒤지는 점이 없었다. 그런데도 승부에서 잇따라 약세에 몰린것은 우리선수들이 「게임」의 주요고비를 맞아 정신적으로 우왕좌왕, 스스로 침몰해버리는 기막힌 악습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실력의 「페이스」를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히 유지해나가는 정신력은 모든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석감독은『이 고질적인 악폐의 원인은 한국선수들이 국민교·중학때부터 체계적인 정상 훈련, 그리고 「스포츠맨」으로서의 올바른 정신자세를 배우지 못한탓』이라고 분석했다. 엄격한 규율속에 절도있는 생활, 「코트」에선 항상 전력질주하는 긴장감, 「볼」을 자신의 육신의 일부로 생각하는 집착성등이 일본선수들같이 몸에 배어있어야만 「게임」에서 최선의 결과를 낳을수 있다는것.
일종의 타성에 빠진 대표급 선수들에게 이미 습득한 기량을 언제나 십분 발휘할수 있는 정신력을 배양해 주는 것이 목전의 「몬트리올·올림픽」을 겨냥한 1차적 과제라고 석감독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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