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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없는 논쟁…3시간 30분|신민당 정무 회의 중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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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옥선 의원 자진 사태 후 당의 진로를 논의한 14일의 신민당 정무회의는 3시간30분간이나 인책 범위 등에 관해 열띤 논전을 벌였다.
총재와 당 간부의 인책 사퇴·의원직 총 사퇴 등도 거론됐으며 고흥문 정무회의 부의장과 박영록 훈련 원장 등은 당직에서 물러 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결론 없이 다음 정무회의에서 다시 논의키로 하고 산회했다.
▲김영삼 총재=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여러분의 의견을 기탄 없이 말해 달라.
▲김원만 의원=당에서 체제 문제를 거론하라고 했으니 당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김 의원 사태 경위와 박·김 회담 내용을 공개하라.
▲채문식 의원=이 사태에 대해 당수와 집행부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김 의원은 당론을 부른 짖다가 희생된 것이다,
▲김현기 의원=김 의원이 교살된 지금 우리는 당의 진로를 정해야 한다.
▲이중재 정책심의회 의장=냉정과 양식을 잦아 당의 진로를 찾는데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감정적인 말을 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을 반성하여 장래에 나아가 싸울 걱정을 해야 할 때다.
▲유치송 총장=총재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여러 의원들의 얘기를 듣고 총재의 결심을 듣도록 하자.
▲김은하 의원=당수의 책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니 창피한 집안 싸움은 그만 하자.
▲김영삼 총재=김 의원은 우리 당과 전 의원을 곤란한 입장에 빠뜨리지 않으려고 자퇴한 것이다.
▲정해영 의원=야당은 권력도 없고 돈도 없어 오직 명분 하나만으로 싸워 왔는데 이제 명분도 잃어 버렸으니 월급장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총재의 소신은 뭐냐.
▲박한상 의원=총 사퇴 문제는 의원 총회에서 논의할 문제다.
▲이기택 의원=밤을 새워서라도 논의하여 당의 기본 방향을 밝히자.
▲김수한 의원=책임은 당수와 전체 의원에게 있으니 당수의 결정에 따르자.
▲이철승 부의장=회의 진행 방식이 이래서는 안 된다. 모두 죽게될 판이니 당수가 책임져야하고 우선 당수의 결심을 말해달라.
▲김형일 총무=원내 총무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운명을 같이한다고 결의했으니 총 사퇴를 하든지 당수와 당직자가 물러나든지 아니면 의원 각자가 형무소에 각오로 싸운다든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도 저도 안 한다면 여당과 공존해가며 싸우는 수밖에 도리가 없잖은가.
▲고흥문 부의장=정무 회의 부의장으로서 총재를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깊이 느끼며 부의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그러나 총재가 책임진다는 말 한마디 더 없어서야 어떻게 사태가 수습되겠는가? 총재는 이 사태를 수습한 뒤에 물러난다고 하든지 지금 당장 물러나겠다는 말을 왜 못하는가?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전에 책임을 따져야 한다.
▲유 총장=(흥분한 어조로) 고 부의장의 말씀은 공식 회의석상에서 할말이 아니다. 정무회의 부의장으로서 회의 전에 총재에게 말할 일이지 이제와서 자리를 내놓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김 총재=이번 사태로 오늘까지 밤잠을 자지도 못했다. 총재의 입장에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총재로서 무책임한 말을 할 수도 없고 정치적 「쇼」도 할 수 없으며 또 해서는 안 된다. 야당을 구하는 것도 총재의 책임이다. 나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 그러나 이일만은 절대로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 부의장의 의견은 사석에서 말해줬더라면 감사했겠다. 감상이나 감정에 앞서 정치를 모르는 사람처럼 즉흥적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이 자리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하자.
▲송원영 의원=이번 사태는 의원 모두의 책임이다. 당수로서도 심사숙고 해주기 바란다.
▲박영록 의원=정무 위원직과 훈련 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이 자리에서 정무 위원급 이상은 사퇴해야하고 의원 총 사퇴는 의원 총회에서 결정하자.
▲김은하 의원=우리는 물러난 김 의원을 영광스럽게 해야 하고 책임 문제를 논한다면 의원 전원이 사퇴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단결만이 난국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이중재 의원=김 의원이 당론을 받아 국회에서 발언했는데 책임을 따지자면 의원 전원이 사퇴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 당내에도 문제점이 많다. 우리가 출마했을 때 현실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참여한 것이 아니냐? 많은 의원들이 속으로는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 것도 사실이다. 동료를 보호하고 아픔을 나누지도 못하고 이제 와서 말이 많은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계 속에서 싸워야하는 우리의 투쟁에는 자체 모순이 있다.
▲송원영 의원=(벌떡 일어나며) 그 발언 취소하시오. 누가 바란 사람이 있었느냐. 교 섭당사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김옥선씨=(중도에 참석) 나는 누구의 권유와 강압에 의해서도 아니고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스스로 사퇴하기로 결심했다.
이 사태를 나의 정치적 과실로 돌리는 것이 사태를 수습하고 신민당과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어찌 당수의 책임만을 요구하는가. 전우의 시체를 정략에 이용하지 말라. 당 이익 문제로 왈가왈부 추한 꼴을 보이지 말고 국민 앞에 진로를 가려 단결된 모습으로 모든 문제를 처리하기 바란다.
▲김 총재 등=다음 회의에서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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