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만들고 가격 거품은 쏙 뺀 '대구표 교복'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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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고교생 교복의 가격과 품질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불만을 줄이기 위해 패션 기관과 교육당국이 손을 잡는다. 품질과 디자인이 우수한 ‘대구형 교복’을 만들어 대기업 제품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대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다음달 대구시교육청과 ‘착한 교복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희망 학교에 내년부터 새 교복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학생 교복 구매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공공기관인 패션연구원이 나서겠다는 것이다. 패션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섬유·패션 업체에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개발·마케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교복의 경우 디자인과 품질인증 업무를 맡는다. 전문 디자이너와 남녀 학생의 표준 교복디자인을 개발해 교육청과 중·고교에 제공한다. 새 교복을 만들려는 학교는 이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수정할 수도 있다. 학교는 선택한 디자인을 내세워 입찰한 뒤 교복 제작업체를 선정한다. 패션연구원은 완성된 교복을 대상으로 디자인에 맞는 소재를 사용했는지, 바느질이 제대로 됐는지 등을 검사한 뒤 품질인증을 한다.

 이는 섬유도시의 특성을 살린 교복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품질 좋은 교복지와 안감 등 대구에서 생산된 원단으로 지역 봉제업체가 교복을 만들면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난해 25만원 선인 동복 가격(개별 구매가격)을 최저 15만원 선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보비와 유통비가 거의 들지 않아 학교별 입찰에서 대기업보다 훨씬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학부모 주도의 교복구매 방식을 내년부터 학교장 권한(사립은 권장사항)으로 하고 공개입찰을 거치도록 했다.

 학부모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대구참교육학부모회 문혜선 상담실장은 “지역업체가 대구 브랜드의 교복을 많이 만든다면 지역경제 활성화 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질의 소재를 사용해 좋은 교복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충환(53·사진)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과의 일문일답.

 - 왜 교복에 관심을 보이게 됐나.

 "교복은 교육에 반드시 있어야 할 ‘공공재’다. 청소년의 감수성을 충족시킬 디자인과 좋은 소재를 사용한 교복을 값싸게 공급해 불만을 줄이자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 학생들은 대기업 제품을 선호한다.

 “정말 편하고 멋진 교복을 입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제품보다 훨씬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디자인도 개선하면 학생들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 다른 지역의 사례도 있나.

 “섬유·패션 관련 공공 연구소가 교복을 디자인하고 검증하겠다는 것은 처음이다. 섬유도시인 대구에서나 가능한 사업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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