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여 출소자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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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흉악 범죄 사건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었다. 더구나 그같은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대부분이 교도소를 한두번 다녀온 전과자라는 사실이다.
범인들은 한결같이 『사회의 냉대』와 『전과자의 서러움』을 범행 동기로 내세우고 있다.
한 때의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는 남들처럼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보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보아도 주위 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와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회적인 장벽 때문에 또 다시 범죄에 손을 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물론 자신의 범행을 호도 하려는 상투적인 변명 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우리는 지금까지의 교도 행정과 형여 출소자의 선도에 혹시라도 미비한 점이 없었던가를 다시 한번 숙고해 보아야 하겠다.
전국의 각 교도소는 약 5만3천명에 달하는 범법자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교정 당국과 일선 실무자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과 예산 때문에 재소자의 「구금 확보」에만 전념할 뿐 그들의 교정 교화나 정신 교육 또는 출소 후 대책의 마련 따위엔 충분한 힘을 쏟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많은 재소자의 안전한 구금을 확보하자니 자연 교도 행정의 역점은 보안과 소관의 물리적인 계호에만 두어질 수밖에 없고, 그 밖의 교회나 교육 또는 작업 및 직업 훈련 같은 갱생 업무는 2차적인 문제로 취급받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낮은 대우와 고달픈 업무에 실망한 일부 일선 교도관들은 어떻게 하면 다른 직종으로 전직을 할 것인가 하는데에 골몰한 나머지 의욕적인 교정 실시 보다는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일과 메우기로만 임하는 경향마저 없지 않다.
사실, 오늘날과 같은 예산 부족과 인력 부족 그리고 교정에 대한 행정적 사회적 무관심이 불식되지 않는 한 범법자에 대한 교정 교화와 갱생 보호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어떤 범죄자라도 그냥 무작정 가둬만 두고, 머릿 수나 헤아려 보고, 징벌만 가하다가 거리로 내놓는다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핸디캡」을 가진 아들의 마음이 정상으로 돌아설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느 한 구석이라도 의지할데가 있어야 하고 따뜻함을 느끼는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애써 갱생을 하려 발버둥을 쳐도 전과자를 따뜻하게 받아 줄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 분위기가 없다면 그 사람이 찾아갈 곳은 어디겠는가. 가다가다 정 갈곳이 없어지면 결국 제2·제3의 고재봉과 김대두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며 그 끔찍한 범행의 피해는 다른 사람 아닌 바로 우리 모두가 입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당국자나 사회가 그까짓 눈에 보이지 않는 갱생 교화나 형여자 선도 좀 일일이 신경 쓸 것 없다는 식의 무관심으로 일관한 탓으로 오늘날과 같은 엄청난 불행을 몰고 온 것이 아니겠는가.
사회의 모든 지도층 인사들은 재소자든 형여자든,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의 일부라는 것과 또 이들의 숫자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도관의 대우 개선과 자질 향상, 교육 행형의 제도적 확충, 사회 복귀에 대비하기 위한 「카운슬링」제도의 활용, 정서 교육과 「레크리에이션」의 확대 등을 통해 재소자에 대한 정신 교육과 사회 복귀에 대비한 직업 훈련 등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과자의 갱생을 위한 교정 당국자와 일반 사회의 협동적인 대책 강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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