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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씹으며 범행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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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광산·무안=신종수기자】희대의 살인마 김대두(26·무직·전남영암군마산면강곡리167)의 외딴집연쇄살인사건의 현장검증이 10일하오2시45분부터 1시간동안 제1차 범행장소인 광산군임곡면고룡리 안종현씨(62) 집에서 실시된데 이어11일 상오에는 제2차 범행장소인 무안군몽탄면당속리2구신흥부락 박혜홍씨(55)의 외딴집현장에서 실시됐다.
범행 56일만에 서울에서 파견된 현장 검증반 (반장 신영렬서울시경 강력계장)과 전남도경·광산경찰서합동으로 진행된 이날 검증에서 범인 김은 범행당시인 8월13일 상오 3시쯤 참외밭(지금은 무우를 심었음)가운데 있던 안씨집에 침입, 낫과 절굿공이로 잠자던 안씨를 살해하고 안씨의 부인 박귀순씨(58)에게 중상을 입힌뒤 방안에 있던 「시티즌」손목시계1개 (싯가5천원)와 손전등 1개를 빼앗아 담아났던 8주전의 범행을 그대로 재연했다.
김은 사건전날인 12일하오8시쯤 기차로 임곡역에 도착, 철길을 따라 남쪽으로 걸으면서 범행장소를 물색, 마침 4km쯤 떨어진 연동부락 벌만 참외밭 가운데 있던 빱간기와집 지붕의 안씨집을 선택, 참외밭에 숨어 참외를 따먹으며 시간을 보낸 뒤 13일상오3시쯤 안씨집 헛간천장에 꽂혀있던 낫과 집뒤에 있던 길이 1m짜리 절굿공이를 집어들고 앞문을 통해 방으로 침입했다.
이때 안씨부부가 인기척에 놀라 손전등을 켜며 일어나자 김은 닥치는 대로 낫으로 찍고 절굿공이로 때렸다는 것. 김은 안씨가 비명을 지르며 뒷문으로 도망치자 재빨리 집뒤로 들어가 비틀대며 부엌문을 나서는 안씨의 뒷머리를 절굿공이로 1차례 때려 쓰러뜨린 뒤 다시 두차례 힘껏 때리고 참외밭으로 도망가는 박씨도 20m쯤 쫓아가 주먹으로 때리고 얼굴·목 등을 발로 짓이겼다고 말했다. 김은 안씨집 뒤로 달려가 안씨가 숨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박씨도 죽었는지 확인하러 참외밭으로 갔으나 박씨가 이미 산으로 도망친 뒤여서 급히 안씨방 탁자위에 있던 손목시계와 방바닥에 떨어져있던 손전등을 집어들고 1km쯤 뒤쫓다 야산숲속에 절굿공이를 버리고 걸어서 광주 시내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김은 시종 껌을 씹고 때로 경찰관에게 담배를 청해 피웠으며 경찰이 함부로 다루자 버티고 서서 『기분 나쁘다』며 검증을「보이콧」하기도 했다.
한편 비가 내리는 가운데 10시부터 45분동안 진행된 무안 박원홍씨 살인사건 검증에서 주법 김과 공범 김회운(27)은 한결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박씨 일가족 3명을 살해한 끔찍한 범행을 재연했다.
주범 김은 검증에서8월13일 광산 제1사건을 저지른뒤 광주 매형집에 숨어있다가 다시 목포로 갔다가 광주로 가는 호남선열차에서 교도소동기인 김회운을 만나 9월6일 하오8시쯤 몽탄역에서 내려 범행장소를 물색중 역앞 외딴집을 털려했으나 부근에 사람이 있어 포기하고 철길을 따라 남쪽으로 6km쯤 걸어 철길가 10m쯤 거리에 있는 외딴 박씨 가게를 범행장소로 택했다고 말했다.
김등은 철길에서 시간을 보낸뒤 7일상오2시쯤 박씨집가게 함석문을 두드렸는데 박씨가 『뭐야』며 문을 열자 다짜고짜로 박씨의 배를 식칼로 찌르고 돈을 요구, 박씨가 『돈이 한푼도 없다』고 신음하며 쓰러지자 방안으로 끌어넣고 두사람이 세식구를 닥치는 대로 찔러 죽였다고 말했다.
김등은 박씨의 손자 기봉군(7)이 잠을 깨 울음을 터뜨리자 목을 발로 짓밟고 칼로 배를 찔러죽였다는 것.
범행후 이들은 박씨가게에서 「사이다」2병, 빵4개를 훔쳐먹고 박씨의 손목시계·손전등을 각각 1개씩 훔쳐 달아났다.
검증과정에서 주범 김은 1차 검증때와 마찬가지로 태연한 표정으로 범행을 재연했으며 「스포츠」머리에 빨간T「샤스」·노란색바지를 입은 공범 김도 얼굴을 찡그리며 침착하게 변도칼을 들고 범행을 재연했다.
현장에는 일노시장의 장꾼들과 주민5백여명이 우산을 받쳐들고 나와 살인마에게 손가락질하며 『현장검증이 다뭐냐』『당장 처단하라』고 아우성을 쳤다. 피살된 박씨의 맏아들 인배씨(34)와 2남 덕배씨(26)등 형제는 장작개비를 들고나와 『저놈들은 우리가족을 몰살했으니 우리손으로 죽이겠다』고 흥분,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으며 죽은 기봉군의 어머니 장일순씨(30)는 『저렇게 한주먹도 안되는 놈이 우리가족을 몰살했느냐』면서 흙탕물에 주저앉아 몸부림을 쳤고 박씨 친척들도 돌을 들고 몰려나와 『죽여버리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한편 검증반은 이날 안으로 평택으로가 김의 네번째 사건을 검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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