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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무력…종횡무진 범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전남에서 서울까지 1천리를 누빈 살인마의 범죄행각은 결국 시민의 신고로 끝장이 났다. 우리나라 범죄사상 가장 끔찍했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김대두의 검거는 불안에 휩싸였던 시민들에게 일단 안도의 숨을 쉬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범죄와 맞서는 경찰수사체제의 숱한 헛점을 드러내 경찰에 걸었던 시민들의 한가닥 기대는 또한번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범인 김이 첫범행으로 8월13일 전남 광산에서 안종현씨(62)를 살해하고 25일만에 무안군 신전부락에서 박혜홍씨(55) 일가족 3명을 찔러 죽였을 때만해도 경찰이 우범분자나 전과자 동태 파악만 제대로 했던들 더 이상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폭력 전과2범으로 지난5월17일 교도소에서 출감한 김이 광산사건을 전후해 자취를 감추었는데도 관할전남도경은 이를 추적해볼 생각도 않는등 1차로 강력범 발생시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우범분자 동태파악을 소홀히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범인이 경기도로 잠입. 평택·양주·수원·시흥등을 거침없이 누비며 닥치는대로 칼과 망치를 휘두르고 있는 사이에도 경찰은 수사관계자 회의를 소집하는등 소란을 떨었지만 국졸정도의 하찮은 떠돌이의 즉흥적인 범행의 꼬투리조차 잡지 못하고 불순분자의 소행이니 치정에 얽힌 살인이니 하고 우왕좌왕하는 무능을 드러냈다. 뿐만아니라 노끈등으로 피해자를 묶는 수법이 특수교육을 받은 자의 소행이라는 허황된 말까지 나왔다.
더구나 아무런 변장술이나 기동력을 갖추지 못한 범인이 전경찰의 비상망이 쳐진 가운데 광산산골에서 수도서울에 이르기까지 국토의 반을 누비며 55일 동안 범죄행각을 벌여왔는데도 단 한번의 검문검색조차 받지 않았다.
범인 김은 「버스」·기차·도보등으로 첫범행후 서울을 3번이나 드나들었고 서울시내 전농동광명세탁소에만 4번이나 찾아갔지만 경찰은 엉뚱하게 경기도일대만 헤매고 있었고 범인이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돼온 경찰의 검문체제와 숙박업소등에 대한 임검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범인 김은 경기도내 일가족 연쇄살인 사건과 첫범행인 전남에서의 범행 외에도 지난 9월11일 서울 동대문구 면목동 천막촌에서 60대 남자를 살해하고 검거되기 하루 전인 7일 하오에는 서울 방학동에서 교도소 동기를 살해했다. 그러나 이들 사건들은 흐지부지 처리됐거나 심지어 경찰에서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남서울「골프」장 「캐디」서양(21)을 추행 했을때도 서양은 즉시 성남경찰서 낙생파출소에 피해신고를 했지만 경찰수사본부에서는 알지도 못하고 있다가 5일후인 7일에야 수원경찰서의 탐문수사중 사건이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경찰의 공조수사체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이 작성한 「몽타지」만은 실물과 상당히 비슷했으나 일선에는 배부조차 안된채 범인이 잡혔다. 범인 김은 경찰에서 『전과자라 사회의 냉대를 받았고 가정과 친척들의 따뜻한 사랑조차 받지못한데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돈을 마련키 위해 범행했다』고 태연히 자백했다.
이는 문제청소년들에 대한 기성사회의 무책임함을 일깨워준 것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해결이 경찰의 힘에만 의한 것이 아니고 시민의 신고정신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미룰때 경찰이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건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해온 이제까지의 폐습을 과감히 버리고 떳떳한 공개수사로 시민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더욱 뚜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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