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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얼룩진 WP지 노사분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영향력과 권위 면에서 미국의 두 번째 가는 신문「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자 신문을 하루 거르고 다음날부터 지면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조간이 저녁에 배달되기 일쑤다.
신문을 펼쳐보면 편집은 엉망이고 논설「페이지」에 잡동사니기사가 메워져있다. 미국사람들의 아침식탁의 친구가 되는 증권시세와 경마안내, 염가대매출광고들은 아예 쏙 빠져버렸다. 광고를 내지 못한 영화관, 백화점, 식품점들이 비명을 지른다.
「워싱턴·포스트」독자들의 하루의 생활의 「리듬」이 아침부터 흐트러져버린 것이다.
2백4명이 가입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사 인쇄노조가 회사와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계약조건을 내세우다 흥정이 되지 않자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72대의 윤전기가 대부분 파괴되거나 불탔다.
폭력을 동원한 인쇄노조의 파업을 보고 「워싱턴·포스트」지 안의 다른 노조들은 이에 동조하기를 거부했다. 이에 건물밖에 저지선을 치고있는 인쇄노조원들은 출퇴근하는 기자들에게 폭행과 욕설을 가했다. 퇴근길의 한 기자는 나무토막으로 뒤통수를 얻어맞고 쓰러 졌으며, 윤전기에 불을 지를 때 이를 말리던 한 간부급 인쇄공은 중태에 빠질 만큼 폭행 당했다.
이렇게 되자 이 노사분규는 감정대립으로 악화, 경영진은 요구 조건에의「굴복」을 거부했다. 지금 「워싱턴·포스트」는 옥상에 「헬리콥터」를 대기시켜 놓고 기사와 광고를 반경 1백10「마일」안에 있는 지방신문시설로 날라다 인쇄, 배부하고 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이 노조해체를 획책했기 때문에 폭력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를 부인하고 현「인플레」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작시설의 자동화(오토메이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년 전부터 자동화를 실시, 그로 인한 잉여 노동력을 감원시킴으로써 오늘의 파업의 간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경영진은 36명의 시간제 인쇄공을 대기시켜 놓고 정식직원들의 시간외 업무량을 없앰으로써 이들이 누려온 특근수당은 없어졌다.
검찰은 윤전기를 불지른 인쇄공들을 형사입건하기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사설은 인쇄공들의 난폭한 행동을 「포드」암살음모나 비행기 납치 등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태에서 노사대표는 6일 첫 번째 협상을 벌인다. 그리나 이번 문제가 근본적으로 「인플레」와 경기침체를 반영하는 것이라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노사 양측은 다시 악수를 하기까지는 상당한 냉각기와 난관을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모두들 각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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