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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정연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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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4일의 새해 시정연설에서 시책의 중점을 자주국방력배양·안보 및 경제외교강화·서정쇄신·경제안정 등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새해 시정방향은 시련과 도전 속에서도 전진을 지속하겠다는 결의를 다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금년 중반기에 천명했던 안보비상시책의 계속적인 추진을 뜻한다.
시정연설의 배경은 우리가 지금 북괴의 도발, 국제경세의 격동 그리고 세계적 경제불황이란 삼중의 도전 앞에 처해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지속적인 북괴의 위협은 전「인도차이나」가 공산화된 후부터 급속히 가중되었다.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민족의 주체적 노력이었던 남북대화도 이미 중단되었다. 비동맹 제3세계의 반미성향은 한국외교의 우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비동맹국가회의에의 북괴단독가입, 「유엔」외교의 어려움이 모두 여기에서 연유했다. 자원민족주의·국제경제 질서의 개편 등 제3세계의 요청은 같은 제3세계 국가이면서도 자원이 적은 우리에게는 또 다른 시련만을 안겨주었다.
국민의 단합과 지혜로운 외교, 그리고 강력한 국방력이 없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삼중의 도전상임에 틀림없다.

<삼중 도전에의 대처>
이제 우리외교는 한국안보의 기둥인 미국·일본을 비롯한 우방과의 유대강화와 함께 제3세계국가와의 친선확대란 과제에 당면했다.
제3세계와의 관계는 「유엔」외교를 위해서 뿐 아니라 경제·통상 및 국제지위와 세계여론의 차원에서 모두 중요하다.
북괴가 적화통일을 위한 이른바 「국제지원역량」을 제3세계에서 찾고 있는 사실에 각별한 주의가 경주되어야겠다. 다만 비동맹 제3세계와의 관계 개선은 전통적인 한미우호관계의 손상 없이 추진되어야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을 주축으로 한 한미우호관계는 한반도의 힘의 균형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괴의 단독도발 대처까지 미국에 무한정 기댈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이 맡을 장기적 역할은 이 지역에서 소·중공을 견제하는 세계전략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획기적 자주국방노력이 요청되는 것이다. 자주국방을 위해선 국방력의 강화와 국민의 단결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적 단합을 저해하는 여러 요인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부정부패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서정쇄신 노력은 아직도 만족할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서정쇄신은 공무원에게 생활급을 보장하면서 꾸준히 그리고 단호하게 추진될 때라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서정쇄신을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시정목표의 하나로 삼은 것은 이런 의미에서 당연하다.
한편 새해 경제시책의 중점은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을 통해 안정기반을 정비강화하고, 성장추세를 지속하는데 두어질 것이라 한다.
이런 정책목표는 최근 수년 내 계속 정부가 내걸어 온 기본방향으로서 새해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문제는 이 시정연설에서도 지적된바와 같이 국내외 여건의 악화로 우리의 교역조건이 계속 불리해지고 물가·국제수지상의 불안정요인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과연 어느 만큼의 안정과 성장을 함께 이룩할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새해의 최대역점목표가 될 것이라는 물가안정은 참으로 끈기 있고 면밀한 계획으로 대처해 가지 않는 한, 매우 힘든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올 들어 9월까지 이미 연간 억제 선을 넘어버린 물가는 아직도 산적한 상승요인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원유가의 추가인상까지 겹쳐왔다.
이런 처지에서 새해의 물가가 새로운 안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물가당국의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안정화 집행계획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2·7조치 이후에도 당국은 물가구조의 전면재편성과 새로운 안정체계의 확립을 내세운바 있었다.

<안정과 성장의 동시추구>
물가안정이 최대의 역점시책으로 채택된 이상 당국은 예년과 같은 정견 없는 물가정책을 지양하고, 재정·금융·외환정책은 물론 여타 관련정책을 망라, 명실상부한 종합안정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시정연설에 반영되고 있듯이 유동성 관리를 적정히 하여 과다공급을 억제 해야할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금융의 긴축이 불가피하게 새해에도 지속되어야할지도 모른다. 다만 총체적인 유동성 관리 못지 않게 부문간의 균형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은 올해의 재정·금융 운용에서 경험한 바와 같다.
이 점에서 보면 많은 적자요인을 내포한 내년의 팽창예산은 새해 물가안정시책과 상형 되는 소지도 없지 않다 하겠다.
새해 시정연설에서 적절히 지적되고 있지만 물가안정을 위한 역할의 보다 큰 부분은 기업이 맡아야 한다.
전통적으로 정부의 과잉보호를 받아온 기업들은 불황의 돌파구를 가격인상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윤율의 개념수정과 생산성 향상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올해의 가장 큰 애로부문이었던 국제수지는 새해에도 특히 신중하게 대처해야할 부문이다.
새해 시정방향도 수출증대 노력의 강화와 과감한 수입억제를 지속할 의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직도 유동적인 해외경제여건 가운데서 선진부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변화이지만, 우리의 대외거래 환경이 반드시 비례적으로 호전될 것으로는 보기 힘든 요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신중한 자세로 해외경기회복에 적응하되 기민한 신축성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가안정과 국제수지방어라는 기본목표의 추구는 경우에 따라서는 보다 덜 시급한 여타목표, 예컨대 성장이나 고용 등의 일부 희생을 강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해도 전자의 목표는 국내외의 여건에 비추어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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