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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트렌드] 자~ 골라 골라 e옷 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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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취업을 왜 해? 창업하면 되지.

패기와 자신감, 톡톡 튀는 감각을 무기로 온라인 패션몰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20대 '청년 사장'들이 있다.

말이 사장이지 물품 구매에서 주문.배송 관리는 물론 사진 모델까지 도맡아야 하는 고된 일이다. 하지만 쏠쏠한 돈벌이와 함께 자신만의 패션 제안으로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는 재미에 그들은 오늘도 밤을 밝힌다.

글=이훈범.신은진 기자<cielbleu@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 "스타일은 판다" 김석중씨

자본금 30만원. 컴퓨터 한 대와 튼튼한 두 다리만 믿고 혈혈단신 무작정 뛰어들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하루 매출량 400~500벌, 월 매출 최대 2억원에 6명의 직원을 둔 어엿한 사장님. 옥션에서 남성의류 매장 '제이브로스(http://stores.auction.co.kr/jbros)'를 운영 중인 김석중(26.(右))씨 얘기다. 마법 같은 성공 스토리인 듯하지만 그럴 법한 노하우와 노력이 숨어 있었다.

품 들인 만큼 클릭수도 오른다=적은 자본으로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인터넷 사업을 쉽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사업을 시작한 뒤로는 4~5시간 수면과 매끼 30분의 식사 시간만 빼면 하루종일 '근무 중'. 짬이 날 때마다 각종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 잘 나가는 품목의 트렌드를 알아본다. 판매 품목을 결정할 때에도 매번 5~6시간 동대문 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직접 고른다.

'옷'이 아닌 '스타일'을 팔아라=쇼핑몰에 올린 사진 속 코디대로 의상에서 신발.액세서리까지 '시리즈'로 구입하는 고객이 많다. 스스로 골라 입기보다는 누군가 만들어 준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이 편한 남성들의 특징 때문. 코디 못지 않게 '올인'한 부분은 사진 촬영.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입어보는 것 대신 이미지 사진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1m86cm의 훤칠한 외모 덕분에 스스로 모델로 나섰고 패션화보 촬영을 하던 형의 도움으로 웬만한 의류 브랜드 카탈로그 못지 않게 꾸밀 수 있었다.

고객은 나보다 영리하다=마진은 10%로 고정했다. 주력 품목의 마진을 다른 것보다 높여서 내놓자 바로 "다른 사이트보다 비싸다"는 항의가 들어오더라. 인터넷 고객은 오프라인보다 신중하다. 여러 사이트를 돌아본 뒤 구매를 결정하므로 눈 앞의 이익보다는 신뢰를 쌓는 편이 낫다.

*** "신뢰가 으뜸" 한지현씨

대학 시절 온라인 패션몰에서 모델 아르바이트를 했다. 신장 1m71㎝의 늘씬한 몸매 덕분이었다. 2년여 일하다 보니 돈 되는 길이 보이더란다. 올 초 졸업과 동시에 패션몰을 차렸다. 한지현(23.(左))씨가 '사장님'으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사연이다.

홈페이지 만드는 데 100만원, 두달 동안의 광고비 400만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1500만원가량 들었다. 물론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하지만 몇달 내로 다 갚을 거예요. 이제 대졸 초임 정도의 수입은 나오고 있거든요. 매출이 늘고 있으니 앞으로 훨씬 나아지겠죠."

지현씨의 '나홀로 패션몰' 릴리레이디(www.lilylady.co.kr)의 경영 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이다. 문을 연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하루 500~600명, 많게는 1000명이 노크한다. 주문도 하루 10~20건에 이른다.

솔루션 이용료, 인터넷 사용료, 전기요금에 컴퓨터 감가상각비를 합친다 해도 고정비용이 월 10만원 미만이니 그만한 손님에도 남는 장사다. 물론 지현씨의 땀방울은 계산하지 않은 비용이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동대문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직접 모델이 돼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주문에 맞춰 배송을 하다 보면 24시간도 짧다. 일에 쫓기다 보면 대강대강 할 법도 한데 지현씨의 꼼꼼한 성격은 그걸 봐주지 못한다. 의류학과 출신답게 직접 옷을 입어보고 상품의 장단점과 함께 어울릴 만한 코디를 조언한다. 상품이 구겨져 있으면 다림질을 하고 튀어나온 실밥도 깨끗하게 정리해야 배송 준비가 완료된다. 물건 사이에 사탕이나 초콜릿 하나를 끼워넣는 것도 한번 손님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드는 지현씨만의 포인트. 그런 정성 덕분인지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20~30%에 이르는 반품률이 릴리레이디에서는 10%에도 못 미친단다.

"온라인 사업은 무엇보다 신뢰가 최우선이죠. 잘나가다가도 한번 삐끗하면 끝이거든요." 사업 3개월 만에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것 같은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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