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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에 반기 든 서구 공산당|프라우다지 기사 둘러싼 노선논쟁의 내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내년 2월로 예정된 25차 소련공산당대회를 앞두고 동서「유럽」공당 대회를 열어 결속을 과시하려던「모스크바」의 계획이 좌절될 기미가 보인다고 최근 외신은 전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 같은 귀 열이「모스크바」와 서구공산당간의 혁명노선상의 근본적 이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헤럴드·트리분」지의 해설을 전역한 것이다. 【편집자 주】
「유럽」공산당과「크렘린」간의 이론상의 마찰이 신랄해지고 있다. 처음 서구공산당지도자들은 소련공산당기관지「프라우다」가 지면을 통해 제시한『혁명적』지침(소련의 강경파 이론가「자로드프」가 8월 6일자「프라우다」지에서 제시한 무력투쟁지침)을 경시하려 들었다.

<"기성복 강요 안될 말">
「프랑스」공산당서기장「조르지·마르세」 같은 사람은「프라우다」의 기사 속에 든 혁명지침은 1905년쯤에나 적합할 역사적 수필에 지나지 않으므로『우리는 그 기사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바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프랑스」공산당 기관지인「위마니테」가 장래「프랑스」혁명의 지침을 제시하려는「프라우다」의 짓거리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가를 통렬히 비난하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위마니테」의 기사는 세계가 1905년 이후 철저하게 변모했음을 지적한다. 이 기사는『1975년의「프랑스」는 1905년의 봉건적 제정「러시아」의 복사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프랑스」공산당은『완전히 독립된』독자적인 정책을 결정해 왔고 사회주의로 이행하는데 있어 기성복과 같은 남의「모델」을 받아들이는 따위의 생각을 고려하기조차 거부한다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단지혁명전략의 보다 미묘한 부분에 관한 분쟁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본질을 은폐하고 있는 표면적현상에 불과할 따름이다.「프라우다」는 혁명적 과정이 2개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음을 용인해 왔었다. 서구공산주의자들은 이중에서『민주적』인 제1단계를 중시해 왔으며 폭력과 강제가 아니라 의회의 다수와 설득에 의해 변화를 구한다고 유권자들이 믿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프라우다」는 제2단계, 즉『사회주의적』단계를 강조했으며 이 단계는「프롤레타리아」독재체제를 요구하고 그것이 저항을 받을 때는 무력의 사용을 요구한다.「위마니테」지가 반대하고 있는「프라우다」지와「크렘린」의 주장은 이 2개의 혁명 단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각 단계에 적합한 혁명적 과업은 서로 혼합되며『동시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크렘린 내 호전 파 견 해>
이것은 공산당 식의 말투로 하자면 비록『민주적』단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혁명적 행동의 시기는 이미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개의 단계가 이처럼 겹쳐 있음으로 인해서 사회주의혁명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더욱 빨리 성숙해진다고「프라우다」지는 설명한다. 이 기사는 정체를 밝히지 않은 어떤 공산당에 대해 제1단계에서『중단』하지 말라는 요구로 끝을 맺었다. 「위마니테」지는 이 요구를 분개한 어조로 인용하고「프라우다」기사의 필자「콘스탄틴·자로도프」가 서구공산당의 1차 적인 관심사인『민주적』단계에 대해 공치사만 늘어놨을 뿐「크렘린」당국은 서구공산당들이 보다 더 혁명적인 활동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해석했다.『필연적인 단계들은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만 유용하다고「자로도프」는 주장하고 있는 것인가』라고「위마니테」는 반문했다.
「위마니테」지는 또 민주적 절차에 대한「프랑스」공산당의 분명한 공약을 장황하게 주장했다. 이점에 관해서는「이탈리아」와 영국의 공산당들도 제각기「프라우다」에 대해 용수 한바 있다.「이탈리아」공산당은 당 기관지「우니타」를 통해 실제로「프라우다」그 기사가「크렘린」지도체제 내부에서 비교적 호전적인 파의 견해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니타」지는 똑같은 주제에 대해「우크라이나」공산당기관지의 기사는「프라우다」와 취급방식을 달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우니타」지는 이러한 사살이「모스크바」의 정책적 불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니타」지의 그 기사는 최근「모스크바」에서 열린 소련지도자들과「이탈리아」공산당 정치국 대표간의 이틀간에 걸친 회담에 대한 논평기사였다. 따라서 그 기사는「이탈리아」공산당지도자들이「크렘린」내부에서 뽑아 낸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쓰여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구에 있어서 혁명을 얼마나 급속하게 진행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크렘린」내부에 분파적 불화가 있다는 시사는 상당한 근거가 있는 듯하다.
오늘날「유럽」의 여러 공산주의자의 입장을 검토해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는 주요한 사실이 있다.「프라우다」가 권고한 혁명정책이란 이들의 사상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서구공산주의자들은 시대의 조류를 받아들이고 있다. 혁명적 변화를 바라는 그들의 견해가 어떻든 간에 혁명적 정책을 지지하려고 했다가는 서구공산당들은 즉각 다수의 추종자를 상실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다.

<전례는 중공과「유고」>
「크렘린」측도 지금은 대부분의 중요한 서구공산당들이 연합정부를 구성할 목포아래 사회당 및 심지어는 사회민주당과도 동맹을 맺도록 힘쓸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서구공산당이「프라우다」가 권고한 혁명정책대로 추종하려고 했다가는 동맹이나 연합정부에 참여할 기회는 즉각 무너져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크렘린」이 그런 기사를 낸 진의에 대해 일부 서구공산당의 지도자들 사이에 의혹이 퍼져 있을 것은 당연하다. 몇몇 지도적인 서구공산주의자들은「프라우다」의 혁명요구가 이들 서구공산당의 온건노선을 반전시키고 따라서 이들이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거나 연합정부에 참가할 기회를 의식적으로 막아 버리기 위한 것으로 믿고 있다. 「크렘린」측은 서구공산당이 서구의 정부에 참가하게 되면 그들의 민주적 전통 때문에 소련의 전체주의적 지배체제에 대해 정치적 위협이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이들은 추측하고 있다. 확실히 중공과 「유고」가 소련에 적대하게 된 것이 전례가 되고 있다.
이처럼 의심을 토로하는 서구공산당 소식통들은 그들의 의구심이 타당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자본주의의 위기」를 이용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얼마 전부터「크렘린」내부에서 파벌투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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