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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유부녀의 황당 사기극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남편과 딸까지 있는 30대 여성이 사기 결혼을 해 1억여 원을 가로챘다가 적발됐다. 이 정도 사건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황당한 점이 많았다고 JTBC가 보도했다.

지난달 10일.
결혼한 지 8개월 된 40대 남성 김 모 씨가 아내 35살 박 모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기결혼을 당했다는 게 이유였다.

2012년부터 지인의 소개로 만나 사귀던 중 지난해 초 박 씨가 느닷없이 태아를 찍은 초음파 사진 한 장을 내밀었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에 김 씨는 주저 없이 수개월 만인 지난해 6월 결혼식을 치렀다. 이후 우연히 이름이 전혀 다른 아내의 주민등록증을 발견해 경위를 추궁하자 아내는 진실을 털어놨다.
놀랍게도 자신은 남편이 있고, 10살 된 딸아이도 뒀다는 것.
초음파 사진도 본남편의 딸을 임신했을 당시의 것이었다.
상견례와 결혼식에 참석했던 부모와 친지들도 가짜, 역할대행업체를 통해 동원한 사람들이었다.
아내 박 씨는 혼인생활을 하는 동안 아파트 중도금 등의 갖가지 명목으로 김 씨로부터 모두 1억여 원을 가로챘다.

[한은정 조사관/인천 남동경찰서 경제2팀 : 수입이 일정치 않다 보니까 피해자의 돈을 사용한 것도 대부분이 일반 생활비 사용한 거예요. 생활고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경찰은 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음은 JTBC의 보도내용

[앵커]
이 사건 취재한 강나현 기자 나왔습니다.
강 기자, 리포트를 보니 아내 박 씨가 스스로 입을 열기 전까진 피해자가 본남편과 딸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던 건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기자]
네, 많은 분들이 그 점을 가장 궁금해 하시는데요.
이게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남편 김 씨와 아내 박 씨가 결혼을 하고도 서로 떨어져 지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신혼여행도 아내 박 씨가 가지 않겠다고 해 못 갔다는데요.
담당 조사관 이야기 들어보시죠.

[한은정 조사관/인천 남동경찰서 경제2팀 : 결혼을 했는데 실제 자신의 딸을 두고, 언니의 딸이 있는데 언니가 현재 정신병원에 있어서 자기가 언니 딸을 돌봐야 된다면서 피해자에게는 지금 현재 따로 거주하는 것에 대해서 양해를 구했다고 해요.]

[앵커]
그럼 이 여성은 실제로는 본남편하고 딸과 함께 살았다는 말인가요?

[기자]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10살 된 딸아이랑 단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2002년 결혼했지만 2007년부터 남편과 별거를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정식으로 이혼한 게 아니어서 서류상으로는 부부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혼인신고도 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앵커]
일부 보도에서는 본남편을 형부라고 소개했고 딸은 조카라고 했다던데, 실제로 피해자와 이들 가족이 만난 적은 없다는 건가요?

[기자]
네, 박 씨는 본남편과 별거 이후 사실상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만난 적이 없는데요. 담당 조사관 이야기 계속 들어보시겠습니다.

[한은정 조사관/인천 남동경찰서 경제2팀 : 여러 사람 이름으로 입금을 하니까 누구냐고 물었을 때 자기 조카다 혹은 언니 딸이다,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준 돈 중에서 여러 가지 계좌로 입금을 했는데, 조카의 명의라고 했었는데 사실은 딸이었던 거죠.]

[앵커]
결국 통장에 찍힌 명의를 그런 식으로 둘러댔다는 거였군요. 그런데 피해자가 박 씨에게 입금을 많이 했나봐요?

[기자]
네, 1억 원 정도 줬다고 합니다. 실제 피해자 김 씨가 박 씨에게 그냥 쓰라고 돈을 준 적은 없구요.

꾸며낸 거짓 용도를 믿고 돈을 줬습니다. 가령 조카의 유학비를 줘야한다고 하거나, 같이 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며 중도금을 달라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펀드 쪽에 공부를 좀 했다고 거짓말해서 자연스레 김 씨로 하여금 본인 펀드를 맡기도록 했다고도 합니다.

[앵커]
또 한 가지 놀랐던 부분이 상견례 때 가짜 부모님을 데리고 나왔다고 하던데,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네, 박 씨가 역할대행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서 이 때 알게 된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서 상견례 때 부모님 역할을 맡기거나 결혼식 때도 친지인 것처럼 속이기도 했습니다.

남들 눈에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사기행각을 감추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행동으로 보이는데요,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규원 교수/경북대 사회학과 : 전통 가족의 형태나 그런 면에서 여전히 보수적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혼관, 가족관 등 보수적 측면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런 자본주의적 사업행태와 결합해서 대행사업이 이뤄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앵커]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고통이 클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전문가들도 이 사건이 물질적 피해 차원을 넘어 당사자의 마음을 크게 다치게 했다는 점에서 단순 사기죄 이상을 넘어선 중범죄라고 지적했는데요. 이야기 더 들어보시죠.

[엄경천/변호사 : 혼인은 가족의 출발점이라는 면에서 가장 순수해야 할 법률행위인데, 혼인을 사기의 방법으로 이용했다는 면에서 비난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혼인을 통해 사회적 지위상승, 경제적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있는데요. 단기간에는 내가 뭔가를 얻고 성공한 것 같지만 궁극적으론 파국을 면치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앵커]
네, 결혼마저 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게 돼 마음이 씁쓸합니다.

강나현 기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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