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법」을 터는 해상무법자|밀수선에 공포의 대상…여수항의 「갈매기」|목표물은 세관통과한 비창 밀수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수=전육 기자】여수해상의 「갈매기」-지금까지 외부에는 밀수의 행동대원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밀수선을 덮치는 해상강도나 다름없는 무법자들이었다.
외항에서 가까스로 세관원의 「서치」(검색)를 통과한 밀수선도 내항에 입항하면 또 한번 가슴을 죄어야 한다.
해상강도를 일삼는 갈매기들과의 대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갈매기들은 경우에 따라 조직밀수폭력배들보다 더 난폭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밀수선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있다.
주로 여수의 구항·신항·삼일항 등 3개 부두에 퍼져 떠돌이 전과자 3∼4명이 1개조로 움직이고 있는 갈매기들의 총 두목은 D체육관장 송기춘(34·수배중) 으로 20여명의 부하를 거느리고있다.
갈매기들의 특기는 세관원도 모르고 지나치는 밀수선의 「비창」 (비밀창고)을 찾아내는 것과 입·출항하는 밀수선의 정보에 밝은 것.
갈매기의 강도작전은「하리꼬미」 (목을 지키는것)로 부터시작된다. 3백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여수항은 밀수꾼과 갈매기들이 활동하기에는 최적의 요새.
거룻배를 타고 섬과 섬 사이를 헤엄치듯 건너다니는 갈매기들이 찍는 밀수선은 90%이상이 세관을 무사히 통과한「비창」 선박들.
밀수선은 보통 입항한 후 2∼3일을 내항에서 정박한 뒤 밤을 틈타 밀수품을 하선, 양륙시키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갈매기들은 대부분 한밤중에 꼬박 「하리꼬미」를 해야한다.
감춰둔 밀수품이 있다는 확신이 서면 상오1∼2시쯤 갈매기들은 거룻배를 타고 목표선에 올라간다.
이들은 몽둥이·칼등 닥치는 대로 흉기를 휘두르며 귀신같은 솜씨로 「비창」을 털어가기 때문에 선원들은 거의 반항 한번 못해보고 털리기 마련이라는 것.
갈매기들의 이 같은 해상강도행위가 하루 평균1∼2건씩 발생, 사실상 여수의 선원사회에 무법자로 통해 왔지만 거의 문제화되지 않은 것은 피해자가 밀수를 했다는 약점때문에 신고를 할 수 없는 데다가 갈매기들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
지난 4월9일 정덕수(21) 등 일당 6명의 갈매기가 구항 부두에 정박중인 활선어수출선 김해호 (철망)을 침입, 조리원 정모씨(27)를 몽둥이로 때리고 선원들을 선실에 가둔 채「비창」에 숨겨둔 TV 9대를 앗아갔지만 선원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고발하지 못했다.
뒤늦게 경찰이 피해자 정씨가 폭행당한 것을 보고 그 경위를 물었을 때 정씨는 눈물을 흘리며『계단에 넘어져서 그랬으니 제발 문제삼지 말아달라』고 오히려 하소연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5일 상오 3시30분쯤 중화동 부두에 정박 중이던 S호를 갈매기 신모 군 (19) 등 6명이 덮쳐 갑판장 김모씨(38)를 때리고 일제 녹음기·인조가죽 등 20만원 어치를 빼앗아간 사건이 있었다.
선주 기모씨(50)가 이 사실을 경찰에 고발, 신 군이 구속되자 1주일 후 신 군의 일당 10여명이 보복으로 S호를 다시 습격, 선원 최 모 씨를 바다 속에 집어던지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수밀수의 배를 조종하는 조직폭력배와 해상무법자의 2원 폭력조직은 밀수꾼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선량한 선원·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주고있어. 차제에 뿌리뽑혀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