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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커플 … 바람난 아내 미행시켰더니 사랑에 빠지고, 형부와 처제 사실혼도 인정해주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결혼만큼 이혼이 흔해지면서 부부간 사랑과 전쟁은 모든 이의 관심사가 됐다. 천태만상의 이혼 사유를 극화한 동명 드라마(‘사랑과 전쟁’)는 고정 시청자가 있고, 가상의 재혼 커플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전파를 타고 있다. 이혼은 여성들에게도 더 이상 ‘흠’이 아니라 권리가 됐다. 갖가지 사연이 신풍속도를 만들고 있는 요즘 이혼의 실상을 짚어봤다.

아내의 남자들에게도 책임 묻는다

 2004년 대학원에 다니던 아내(35)와 결혼한 회사원 류모(39)씨. 결혼 전부터 남자친구가 많았던 아내는 결혼 후에도 염문이 끊이지 않았다. 아내가 이성적 호감을 보였던 대학원 동료 장모(42)씨가 대표적이었다. 류씨는 2011년 아내의 휴대전화에서 장씨와 함께 찍은 다정한 사진과 야릇한 문자메시지를 발견했다. 아내와 장씨에게 따졌다. 두 사람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아내는 장씨의 전화번호를 여자 이름으로 바꿔 저장한 뒤 밀회를 계속했다. 장씨에게 신년 선물로 샤넬 가방과 까르띠에 시계를 사달라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

 2012년에 접어들면서 아내의 ‘바람기’는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새로 입사한 회사의 직속 상사(38)와도 사랑에 빠진 것이다. 회사 상사는 아내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그와 아내는 놀이공원·백화점 등을 다니며 데이트를 즐겼다.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도 남겼다. 아내가 양다리를 걸치며 다른 남자들과 사귀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류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장씨와 회사 상사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했다. 서울가정법원 4부는 지난해 11월 “장씨는 1500만원을, 회사 상사는 1200만원을 류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처제와 살다 결별 … "재산 분할하라”

 건물 경비로 일했던 백모(71)씨는 1962년 결혼해 3남1녀를 뒀지만 처제 강모(59)씨와 사랑에 빠졌다. 처제는 아내와 아버지가 다른 동생이었다. 75년 강씨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자 아내와는 80년 갈라섰다. 이혼 후 2년간은 강씨와 같이 살았지만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다 97년부터 다시 동거를 시작했다.

한동안 금실 좋게 지냈으나 백씨의 술버릇 때문에 사달이 났다. 걸핏하면 욕설을 하거나 흉기를 들고 위협했다. 2009년에는 면도칼을 들고 “배를 그어서 내장을 봐야겠다”는 말로 위협을 했다. 강씨가 조금만 늦게 귀가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강씨가 결별을 선언하자 백씨는 “재산을 분할하자”며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강씨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판 돈 2억여원을 맡겨 관리토록 했는데 그 돈을 나누자는 이유에서였다. 강씨는 “민법상 결혼할 수 없는 형부와 처제 사이라서 일반적 사실혼과 달리 백씨에게는 재산 분할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는 지난해 “형부와 처제 간 사실혼도 법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며 “재산분할 비율은 6대 4로 정한다”고 밝혔다.

사실혼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혼인법 질서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반윤리성·반공익성이 낮다면 정상적 결혼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나우리의 박현화 변호사는 “사실혼 부부라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사실혼을 인정해 주는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 학비가 이혼소송 쟁점 되기도

 경기도에 사는 이모(54)씨는 지난해 이혼했다. 2011년께 아내(50)의 남자관계를 의심해 조카를 시켜 미행하도록 한 게 화근이었다. 조카는 친구인 최모씨에게 미행을 부탁했다. 그런데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한 최씨가 미행 사실을 털어놨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잠자리를 하는 사이가 됐다. 심지어 이씨를 상대로 금품을 뜯어낼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혹 떼려다 혹 붙이게 된 이씨는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해 11월 두 사람이 모두 이혼을 원하는 점, 신뢰를 회복하고 혼인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희박한 점 등을 근거로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자녀 학비가 이혼소송의 쟁점이 된 적도 있다. 2002년 결혼한 민모(41)씨는 아내의 외도, 재산을 둘러싼 시댁과의 갈등으로 부부 사이마저 멀어졌다. 이혼 소송 중에 아내 이모(39)씨의 지나친 교육열이 문제가 됐다. 1심 판결 후 이씨가 아이를 2600여만원의 학비가 드는 국제학교로 전학시킨 것이다. 민씨는 일반 초등학교에 보내길 원했으나 듣지 않았다. 항소심 과정에서 이 비용마저 공동으로 부담하자고 이씨가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자녀를 많은 비용을 들여 전학시킬 교육상의 필요성이 명백하지 않다”며 “남편도 명백히 반대한 만큼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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