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부서 요구한「고무줄 예산」3조2천억원의 예비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보다 3배 요구한 부도>
내년 예산안 편성작업은 공화·유정 합동정책위의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끝내 13일부터는 2단계 작업인 여당 예결위 심사에 넘겨졌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진행된 예비심사는 경제기획원의 조정액 아닌 요구액이 대상이 돼있어 부처별 현황과 사업 개요를 듣고 정책질의를 벌였다.
「고무줄예산」으로 불린 요구예산은 3조2천억원. 농수산부는 금년의 5백96억원에 비해 3백%이상 늘어난 2천3백억원이나 됐고 법무부는 1백60억원 요구액 중 1백억원이 교도 예산.
그러나 많은 예산요구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서울세관청사 신축비 7억원이 3년이나 계속해서 깎이고 있다고 털어놓고는「특별 계상」을 부탁했고, 내무부는 연중행사로 삭감되고 있는 5개 경찰서 신축비 반영을 요청했다.
여당 측에서는 당초 76년이 3차 5개년 계획 끝막음 해이며 71년 대통령 선거 당시 내건 54개 공약사업의 목표 연도여서 공약사업 완성에 역점을 두어 경제기획원 쪽에 당 입장을 통고-.
공화당은 예년과 달리 지방조직을 통해 예산에 반영해야 될 여론도 수집했고 당 정책위 전문위원들은 각 부처로 직접 나가 담당국·과장을 불러 국별 현황청취까지 했다.

<의원건의 최대반영 약속도>
예비심사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부 쪽이 무성의하다는 것이 여당의원들의 평.
9일 외무부 소관 예산 심의 때 정부측은「브리핑·차트」하나만 걸어 놓고 유인물 배부를 않아서 문태준 의원은『심의를 받으러 온 거요 아니면 보고를 하러 온 거요』라고 힐문.
당황한 외무부 측은『2급 비밀 이상의 대외비 사항이 많아 일부러 유인을 안 했다』고 해명했다.
경제기획원 예산 심의에선 새해 예산안 전체 규모에 대한 설명을 않고 기획원 소관만 보고하자 의원들은『2조가 넘는 예산은 팽개치고 기십억에 불과한 본부예산 설명은 들어서 뭘 하느냐』면서 불만을 토로.
재무부도 내년도 내국세 징수내용을 유인조차 않아 불만을 샀고, 상공부 예상심의에서는 석탄중산지원자금이 대폭 삭감 된데 대해 의원들이 대책을 듣자『기획원이 깎아 버린걸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만 연발.
그러자 권성기 의원 등은『당신들과는 아무리 얘기해봐야 소용없으니 기획원 사람이나 정책위의장단을 불러 오라』고 했다.
박명근 정책연구실 차장이 달려와『의원들의 건의나 요구사항은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답변, 그냥 넘어갔다.

<수도 한 개 다는데 5단계 결재>
정부시책에 대한 비판이나 질문공세는 예리했던 편.
감사원 예산심의에서 의원들은『정부가 서정쇄신을 수행한다고 면사무소 빚까지 모두 예산으로 갚아주려고 하니 결국 국민부담만 늘리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
『서울시내의 수도꼭지 하나를 다는데 5단계 결재가 필요하더라』고한 이석제 감사원장은『작년의 경우 3만7천개의 꼭지를 달았으니 이를 건설업자에게 맡기고 준공검사만 했더라면 적어도 18만 단계의 결재는 필요 없는 행정수요였다』고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고.
이 원장은『마산에 공장이 하나 둘 있을 때는 도장을 받으러 상공부 본부까지 와야겠지만 수백개가 생긴 지금에도 그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면서『불필요한 행정수요를 줄이고 행정비용이 도는 것은 충분히 줌으로써 서정쇄신을 정착화 하겠다』고 했다.
재무위에서 오정근 의원은『정부의 세수추계가 엉망』이라면서『갑근세의 경우 매년 6, 7월만 되면 벌써 당해 연도 징수목표를 초과달성, 월급쟁이들은 이때부터 덤으로 더 세금을 내는 것 같은 억울한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신형식 위원장도『세수추계가 매년 그렇게 엉터리가 되니 정부가 추경을 마음놓고 짜게 만들고 야당에도 세법개정의 명분을 주게 된다』고 가세. 『농협에서 3백71원하는 농약이 시중에서는 1천3백원을 홋가하며 그나마 구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1백50여종의 각종 농약이 시중에 나돌아 이로 인한 공해는 더욱 크다」고 지적한 임인채 의원은『농약 제조창을 만들어 대량생산을 하고 농협이 공급을 전담하거나 면 단위로 농약직매소를 설치하라』고 건의.
문공위에선 문공부 측이「칼라」방송실시 시기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시기상조라고 반대.
의원들은『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소비수준으로 보아 1, 2년 내에 실시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 『80년대에 가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선거구 의식한 건의는 여전>
선거구를 의식한 정책건의나 소속상임위의 관계부처 두둔 현상은 여전.
김원태 의원은『2년 동안이나 묶여있는 누에고치 값을 금년엔 꼭 올려달라』고 했고 김재춘 의원은『76년으로 끝나는 축산업자에 대한 법인세·소득세의 면제기간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 이병옥 의원은 해태결손 어민에 대한 보상비 책정을 건의했다.
외무위에선『통일원의 예산이 작년보다 실질적으로 줄어들었다』면서 그 이유를 따졌고 상공위에선『공업진흥청의 예산이 너무 적다』는 청장의 하소연에 전적으로 동조.
건설위에서는 치산 치수 사업비가 당초 계상했던 1백30억원에서 30억원으로 기획원에서 삭감 조정한데 대해 크게 반발, 다시 부활토록 강력한 활동을 벌이기로 위원회 이름으로 결의.
국회예결위 심사과정에서도 상위별 예산 늘리기 작업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늘어날 전망이어서 한쪽에선『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국회는 왜 필요하냐』는 반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고흥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