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농지의 보전과 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가중됨에 따라 식량자원의 새로운 평가와 함께 자급을 위한 노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의 산업정책도 식량 증산을 상위목표에 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양의 정책수단을 보강하고 있음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한치의 땅이라도 그저 놀리지 않도록 갈고 심어서 식량생산을 늘리고 산림 자원을 축적하는 등 다양하게 국토를 이용하는 것이 자원난 시대에 불가결한 과제라 하겠다.
최근 잇달아 이루어지고 있는 국토이용의 증대를 위한 제반시책도 그 기본 정신은 모두 이같은 당면과제의 실현을 주안으로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정부노력 가운데는 당면하고 있는 기본목표와 반드시 조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정책수단 선택도 가끔 발견된다.
정책수단의 선택이 합목적적인 것이 못되는 경우는 주로 행정 기술의 미숙이나 여타 정책체계와의 불균형을 간과하는 졸속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농수산부가 현재 추진중인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개정안에서도 우리는 이같은 비 합목적성을 볼 수 있다.
농경지의 이용을 늘리고 분별없는 농지의 전용을 억제하기 위해 보전시책을 강화한다는 이 법률의 근본취지는 물론 나무랄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효과적인 농지의 보전이 법제의 강화로써만 가능할 것이라는 논리는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
농수산 당국은 적어도 법제 강화 이전에 왜 지금까지 농지의 보전이 잘 안 되었는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부터가 했어야 옳을 것이다.
지난 8년간의 농경지 이용 추이를 보면, 해마다 농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즉 지난 8년 동안 미곡·맥류·잡곡 등 식량작물 이용 면적은 17%나 줄어든 반면, 과수·특용작물·목축 등 이른바 경제성에 바탕을 둔 성장농업 이용면적은 36% 내지 68%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곧 우리의 농업 경영이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낮은 미맥위주 농업에서 상품 농업으로 전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물론 정부가 그동안 영농의 다각화를 위해 가격 정책에서 지지해준 결과이며 오히려 바람직한 추세로 간주되어 왔다.
따라서 이제 다시 식량 작물생산에 주력하기 위해서는 가격 정책면에서 이를 주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가격에 의한 곡가지지만 보장된다면 농민들은 구태여 그들의 농지를 딴 데로 전용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제약으로 곡가지지가 불충분한 지금 상대에서 법제 강화도 농지의 다각적인 이용만 규제한다면 이는 도리어 농업소득 증대나 토지의 생산성 제고를 저해하는 결과가 되기 쉽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천수답의 전환정책도 결국은 농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겠는가.
이번 개정안은 또 여타 정책과의 조화를 잃음으로써 종합적인 국토 이용 계획과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간의 농지전용이 대부분 고속도로·공장부지 등 종합국토 계획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음에 비추어 농지만 예외적으로 취급할 경우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종합이용계획이 어긋날 소지도 없지 않다.
따라서 농지 보전의 기본 방향은 가격 정책으로 살려 나가는 한편 토지의 생산성이나 이용의 경제성을 도외시한 획일적인 전용 규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해야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